류승완 감독의 ‘아라한 장풍대작전’(30일 개봉)에서 시종 느껴지는 것은 스스로 가장 즐거워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의 신바람이다. “왜 그 이야기를 하는가”에 대해 애써 말하려 하는 충무로의 오랜 강박을 벗어던진 이 무협영화는 시종 날렵한 ‘경공’(몸놀림을 가볍고 빠르게 하는 무공)을 펼치면서 영화보기의 순수한 쾌락을 선사한다.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과 흡사한 장면으로 문을 여는 이 작품은 ‘스파이더맨’ ‘수퍼맨’ 같은 할리우드 수퍼 히어로 영화들로부터 성룡의 액션 캐릭터와 80년대 후반 이후의 홍콩 SFX 무협영화들까지, 심지어는 만화적 표현법까지 종횡무진 참조하면서 전형적 장르영화 문법으로 경쾌하게 진행된다.
경찰관 상환(류승범)은 날치기 범인을 쫓다가 의진(윤소이)이 장풍을 쏘는 현장을 목격한다. 장풍에 잘못 맞았다가 깨어난 상환은 무도(武道)의 길을 가는 칠선(七仙)들을 만난다. 의진의 아버지이자 칠선을 이끄는 자운(안성기)의 지도로 무공을 익히던 상환은 7선의 한 사람이었다가 악당으로 돌변한 흑운(정두홍)에 맞선다.
지금 류승범은 충무로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유쾌한 캐릭터일 것이다. ‘품행제로’에 이어 다시금 관객을 사로잡을 만한 그의 매력은 이 영화에서 친근한 표정과 코믹한 대사,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으로 멋지게 발휘됐다. 무협만화 ‘열혈강호’의 주인공 한비광과 홍콩 스타 성룡을 섞어 만든 듯한 성환 역 류승범의 자연스런 연기는 안성기의 정확한 연기와 더불어,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윤주상 백찬기 김영인 김지영 등 7선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인간미 넘치는 넉넉한 연기에 접하는 것도 이 영화에서 맛볼 수 있는 재미다. 하지만 이들 캐릭터의 풍성함에 비해서 악역은 흡사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기계인간들을 연상시키듯 지나치게 납작하다.
사실 이 영화의 액션은 화려한 특수효과에도 불구하고 종종 아쉬움을 남긴다. 종반 클라이맥스 싸움 장면은 2대1 검술 대결에서 몸을 부딪치는 무술 대결까지 무려 17분간이나 요란하게 과시적으로 이어지지만, 액션에 대한 아이디어나 흡인력이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재미는 다른 작품에서 찾아보기 힘든 류승완 감독 특유의 ‘엉뚱한 유머’에 있다. 격렬한 격투 장면 사이사이에까지 슬쩍 끼워놓은 이런 웃음들은 극 전체를 통해 절묘한 완급의 조절을 이뤄내며 작품 자체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