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이 헛발질로 슛 기회를 놓치면서 경기는 끝났다. 0대0. 지지만 않았을 뿐이다. 골 가뭄은 여전했고, 답답한 속은 이번에도 풀리지 않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파라과이와 벌인 친선경기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최근 코엘류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등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뭔가 활력소가 필요했지만 시원한 한방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박성화 감독 대행은 경기 전 선수들과 함께 패스 게임을 하며 의욕을 보였다. “힘있는 축구로 국민들의 사랑을 되찾겠다”고 했던 그는 최종 수비에 네 명을 세우는 전술로 변화를 줬다.

선수들도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뛰었다. 10여분이 지나자 다들 땀범벅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안정환과 최전방 공격에 나선 유상철이 동료들과 제대로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설기현·정경호의 측면지원마저 어정쩡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한국은 전반 2분 만에 멕시코리그 득점선두인 살바도르 카바나스에게 실점할 뻔했다. 카바나스가 순간적으로 페널티지역으로 파고들어와 골키퍼 이운재와 1대1로 맞선 것. 슈팅은 왼쪽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갔다. 28분엔 에드가 곤잘레스가 우리 진영 왼쪽 측면에서 넘어온 공에 감각적으로 발을 갖다댔다. 한 번 튀어오른 공이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이운재가 몸을 띄우며 쳐내 다시 한숨을 돌렸다.

한국은 전반 42분 이을용의 강슛이 크로스바를 때린 것이 가장 아까웠다. 이을용은 안정환이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지면서 흘러나온 공을 왼발로 정확하게 찼으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한국은 후반에 기존의 스리백 전술로 돌아갔다. 이영표가 미드필드로 올라와 공격의 고삐를 조였다. 파라과이를 거의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하지만 후반 21분 또다시 결정적인 득점기회를 놓쳤다. 이을용이 상대진영 오른쪽서 찬 코너킥을 상대 수비가 머리로 걷어내려고 하다 실수로 자기 편 골대를 맞혔다. 튕겨져 나온 공은 골문 바로 앞쪽에 서있던 유상철 정면으로 날아왔다. 하지만 유상철이 마음먹고 헤딩한 공은 골대를 빗나가버렸다.

문학경기장을 찾은 2만6000여 팬들의 입에선 환호보다 탄식이 더 많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