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광·동양대교수

교육인적자원부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EBS와 인터넷을 통한 수능 강의가 연착륙하는 분위기다. 학생·학부모의 호의적인 반응을 반영하듯 EBSi의 회원 가입자 수는 이미 5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관계당국은 내심 안도하는 듯하다. 그러나 EBS 인터넷 수능 강의가 애초의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공교육의 질적 전환에 긍정적일지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의 시대 규범이 ‘입시에서의 성공’이 된 지는 오래됐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대학입시에서의 성공이다. 그런데 우리의 대학입시는 배타적 경쟁체제다. 즉 수험생 간의 상대적 서열에 의해 성공여부가 결정된다.

따라서 다수의 학생들이 수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해도 ‘성공’을 보장받기는 쉽지 않다. 상대적 위치를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학부모들이 전국적 순위에 민감하고, ‘같은 조건에서 남들보다 하나 더 공부하기’라는 전략적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은 이런 탓이다. 그렇다면 학생·학부모 입장에서 수능 방송 강의는 그것대로 시청하되 또 다른 자구책을 강구할 개연성은 여전히 높다.

필자는 오히려 방송과외 정책이 학교교육의 문제를 더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 드라이브는 단위학교의 표준화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고, 이런 과정에서 학교교육이 수능방송 강의에 종속될 위험은 더욱 짙어진다. 단위학교들이 속칭 ‘EBS 부설학교’로 전환되고, 입시에 집착하는 학교의 조직관성이 더욱 강화할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런 학교조직의 분위기에서는 새로운 교육적 가치의 실험보다는 ‘시험 적응력’을 높이는 일이 선호된다. 교사들의 교육열정이나 긴장도는 낮아지고, 가르치는 동기마저 입시문제로 단순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학생들의 학습동기 역시 빈곤해질 위험이 높다. 방송강의 내용을 대입수능시험에 반영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이니 학생들이 방송교재에 집착할 것은 짐작이 가는 바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학생의 학교소외 혹은 교육소외가 개선되겠는가. 그 흔하게 강조되는 ‘창의성’이 신장될 수 있겠는가. 오히려 학생들의 자학(自學)능력이 더 상실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필자는 입시공부시켜주는 것으로 사교육비를 잡겠다는 발상에 회의적이다. 달콤한 초기 효과에 비해 의도하지 않은 효과의 쓴맛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수능자격고사제나 대학입시 자율화 정책에 방점이 찍히길 기대한다.

(이수광 동양대 교수·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