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이틀째 계속된 열린우리당의 당선자 워크숍에선 과반 의석 집권당의 진로와 국정 방향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고 한다. 집권당이 일사불란 대신 활발한 토론문화를 선보인 건 바람직한 일이다.
워크숍의 가장 큰 논점은 이념 지향(指向)의 선명개혁이냐, 아니면 이념 지양(止揚)의 실용개혁이냐였다. 한쪽에서는 이번 총선 결과가 사회혁명적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그런 뜻을 반영한 정책들을 조기에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당의 이념적 지향성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였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지금은 탈이념시대란 전제 아래 우선 시급한 민생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좌우 논란에 따른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실용적 접근으로 경제를 살리는 개혁을 추진하자는 주장이었다. 분임토론까지 거친 결과 수적으로는 실용개혁 쪽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안팎에서는 그간 ‘잡탕정당’이란 비아냥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념과 정책에 있어서 다양한 스펙트럼이 한 당내에 뒤섞여 있는 건 일반적인 추세로, 비단 열린우리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보다 중요한 건 당이 토론의 결과로 제대로 정리된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중심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결과물마저 잡탕이 되느냐 여부이다. 이번에 열린우리당은 일단 갈등의 소지가 다분한 노선의 문제를 토론을 거쳐 정리해내는 역량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열린우리당이 실용주의를 중심 노선으로 잡아나가는 흐름 역시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 하나가 잘돼 겉만 멀쩡할 뿐 투자나 내수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데다 경제의 미래 모습조차 그려보기 힘든 형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17대 국회는 299명 중 187명이 초보의원이다. 이 상태에서 집권당이 섣부른 이념지향의 경제처방전을 잘못 내놓았다 경제를 더 상하게 할 경우 우리는 이를 회복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세계경쟁에서 밀려날지도 모르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