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종류의 책입니다. 왜냐하면 글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읽어주지 않아도 되는 동화책입니다. 우리는 이 책을 은서에게 주고 아이처럼 막 졸라봅니다. “읽어줘, 읽어줘, 이건 네가 읽어주는 책이야!”
그럼 은서가 읽어주는 책을 한번 들어보세요. “여기 여자아이가 있어. 음, 새를 보고 나는 흉내를 내는 아이지. 나는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하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날고 싶은데 날 수가 없어. 그래서 날개를 만들었어. 하지만 안 돼. 그래서 또 풍선을 불었지. 그리고 날려고 하다가, 까르르르…, 글쎄 가지에 걸려 풍선이 다 터져버렸어.” 이 부분에서 웃다니 우리와는 전혀 다른 유머 감각입니다.
은서의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어! 여기 소포가 왔어. 열어 보니까 거북이 등처럼 생긴 초코 알이네. 이걸 먹으니까, 우와, 날 수 있게 되었어. 아, 나도 날고 싶다. 엄마! 어떻게 하면 나도 마법의 거북이 등을 먹을 수 있을까?” 글쎄요. 그걸 알면 저도 얼마나 좋을까요.
“여자아이는 아주 잘 날 수 있게 되었어. 하늘을 슈웅~. 진짜 좋겠다. 음, 여기 이 아저씨는 과학자야. 과학자는 망원경을 보다가 하늘을 나는 아이를 봤지. 너무나 신기해서 그 아이를 잡으려고 해. 커다란 매미채를 들고 아이를 쫓아다니지. 하지만 잡을 수가 없어. 근데, 나도 날 수 있어, 엄마?” 답이 뻔한 질문 앞에서 우리는 정말 상상력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어른임을 절실히 느낍니다.
“이제 과학자 아저씬 커다란 풍선을 타고 날아와서 아이를 잡으려고 해. 하지만 아이는 지붕 위에 달린 안테나로 그 아저씨의 기구를 푹 찌르지. 푸하하하! 그래서 그 풍선은 떨어지고, 과학자도 떨어지고. 여자애는 떨어진 풍선 속에서 나오지. 그리고 이제 집으로 돌아와. 돌아오는 길에 새를 보지만 휙 돌아서서 집으로 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어른인 내 눈에도 여자아이는 더 이상 나는 것에 관심이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날아 본 건 은서가 아니라 그림 속 아이입니다. 아직 날지 못한 은서는 여전히 날고 싶은 모양입니다. “휴, 이제 다 읽었다. 내가 한 권 읽어줬으니까 엄마도 한 권 읽어줘야 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