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레스와 그로밋

시설 좋은 어떤 극장도 신록이 어지러운 공원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 어두운 곳에서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어떤 서먹한 사이라도 금세 친하게 만드는 수작 애니메이션 5편이 상영된다.

씨네큐브가 마련한 세계영화축제 10번째 기획은 ‘스타일로 보는 애니메이션 걸작선’. 25~29일까지 닷새간 마련되는 행사의 주인공은 ‘월레스와 그로밋’(감독 닉 파크), ‘프린스 앤 프린세스’(미셸 오슬로), ‘곰이 되고 싶어요’(야니크 하스트롭), ‘이웃집 토토로’(미야자키 하야오), ‘마리 이야기’(이성강). 클레이 애니메이션, 실루엣 애니메이션 등 5편의 제작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입문자에게는 즐거운 공부의 시간도 겸할 만하다.

점토 인형의 위치를 1초에 24번이나 변경시키며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고단한 노동의 산물, 클레이 애니메이션인 ‘월레스와 그로밋’은 94, 95년 아카데미 영화제 단편 애니메이션 수상작인 ‘전자바지’ ‘양털도둑’과 가장 먼저 만들어진 에피소드 ‘화려한 외출’ 등 30분 분량의 단편 3편을 묶었다. 영국식 유머가 매력적.

이웃집 토토로

부모의 부재라는 슬픈 배경 때문에 천진한 아이들의 환상에 눈물 한 방울을 더하고 싶은 ‘이웃집 토토로’는 셀룰로이드 판에 그림을 그리는 셀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사츠키와 메이 두 자매가 숲의 요정들과 교감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볼 만한 환상적인 장면이다.

첫 키스를 하고 났는데 공주와 왕자는 기린, 돼지, 개미, 코끼리로 계속 변해만 간다. 이들은 과연 언제쯤 다시 왕자와 공주로 변할 수 있을까. 재치 넘치는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프린스 앤 프린세스’는 인형의 그림자를 촬영한 실루엣 애니메이션. 발랄하며 ‘정치적’으로도 올바른 애니메이션.

수채화 방식으로 그린 노르웨이 애니메이션 ‘곰이 되고 싶어요’, 2D, 3D 등 다양한 특수효과로 화려한 색감의 향연을 펼치는 어른을 위한 동화 ‘마리 이야기’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www.cinecube.net (02)2002-77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