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부동산 시장에서 ‘돈’과 ‘규제’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어떻게든 자금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인 듯싶다. 시중 부동자금이 우리나라 상장주식의 시가총액과 비슷한 약 400조원 규모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막대한 돈의 힘이 부동산 시장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의 장벽만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러한 조짐은 최근 시티파크 분양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경쟁률 320대 1, 청약증거금만 7조원, 계약률 100%라는 진기록들을 세우면서 시중부동자금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현 상황은 정부와 부동자금 간에 숨바꼭질을 벌이는 형국이다. 정부는 자금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규제의 칼날을 갈고, 투자자들은 규제의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허점을 찾아 기웃거리고 있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작년 주택시장 안정대책들을 세우면서 누차 시중부동자금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과는 미흡하다. 부동자금의 흡수나 분산보다는 주택시장 규제의 장벽을 높여 자금의 시장유입을 억제하는 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넘쳐나는 부동자금을 흡수하거나 분산시킬 수 있는 금융 및 통화 정책의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 시티파크 청약 열기를 투기라고 무조건 터부시하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금리 상황에서 좀 더 나은 투자처를 찾으려는 경제적 행태(부동화)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과 대책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대처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 측면에서 부동자금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커진다는 의미는 부동산 정책의 범위가 거시경제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뜻한다. 부동산 정책이 건설교통부만의 정책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동자금 문제를 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하는 것이다. 기업들을 부동자금의 활용 주체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의 경제활동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기업이 부동자금을 생산자금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비생산적 부동자금을 국채발행으로 흡수하고 이를 생산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좀 더 부연하자면 흡수한 자금을 정부가 경쟁력 강화와 경기조절을 위해 ‘경기활성화 펀드(가칭)’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다. 이와 연관하여 장기 국공채 발행을 통해 채권시장을 활성화하고, 무기명 장기채권의 발행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물론 금융실명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명 채권 발행은 다소 논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기명의 대가로 장기채권의 발행수익률을 크게 낮춘다면 실질적인 과세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저축상품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와 신규 투자상품 개발로 저축의욕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저축상품의 세제혜택을 확대하고 근로자증권저축, 근로자우대저축을 재허용하면서 한도 및 대상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츠 등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이제까지 부동산 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주로 개미들이 직접 시장에 참여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다 보니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어려웠고 정부 역시 적정과세에 애를 먹고 있다. 이제부터는 부동산 시장을 개인 중심이 아닌 기관 중심의 시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야만 부동산 시장이 부동자금에 의해 왜곡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박재룡·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