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다시는 남자를 고용하지 말아야겠어.”
미국 최대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NBC TV의 리얼리티쇼 ‘수습사원(the Apprentice)’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런 속내를 털어놨다.
이 리얼리티쇼는 연봉 25만달러(2억8000만원)짜리 트럼프 회사 간부를 채용하는 과정을 생중계해 시청자수 2300만명을 돌파한 인기 프로그램. 숱한 지원자 중 뽑힌 남녀 수습사원 16명을 ‘남성팀’ ‘여성팀’으로 나눠 매주 일거리를 하나씩 주고, 경쟁에서 진 팀에서 한 명씩 탈락시켜 최종 한 사람을 뽑는 방식이다.
그런데 프로그램 시작 직후부터 4주 연속 여성팀이 이기는 바람에 NBC TV는 진행 방식을 아예 바꿔야만 했다. 남자만 연속 탈락을 해 프로그램 5주째부터는 남녀를 섞어 팀을 새로 구성해야만 했던 것.
도널드 트럼프의 입에서 “남자를 뽑지 않겠다”는 말이 나온 것은 ‘흥정의 미학’을 테스트한 세 번째 주였다. 양 팀이 똑같이 하루 동안 사야 하는 물건 목록을 받은 뒤 뉴욕 맨해튼에서 정해진 소매가격보다 싸게 흥정해서 구입하는 게임이었다.
여성팀은 지시를 받자마자 신속하게 흥정 작전을 세워 물건사기에 들어갔지만 남성팀은 어떤 물건을 어떻게 사야 유리할지 작전을 짜다 혼란을 빚어 시간을 낭비했다. 결국 남성팀은 9%, 여성팀은 22% 싸게 사는 데 성공해 여성팀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4주째에도 ‘돈’과 관련된 테스트를 해 역시 여성팀이 압승했다. 맨해튼 최고 번화가인 타임스퀘어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인 ‘플래닛 할리우드’에서 하루 저녁 영업을 해서 전년도 영업성과와 비교, 돈을 더 많이 버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여성팀은 영업 전에 미리 이 레스토랑의 지배인을 만나 설명을 듣고 술 판매가 전체 매상의 25%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아낸 뒤, 술 매상을 올리는 데 집중해 남성팀을 앞섰다. 이렇게 여성팀이 월등하게 앞서는 바람에 양 팀의 숫자가 맞지 않아 결국 시작단계의 ‘남녀 경쟁’ 게임 구도는 아예 무너지고 말았다.
■ 기획취재팀
허인정 기자(팀장) njung@chosun.com
이규현 기자 kyuh@chosun.com
김남인 기자 artemi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