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풍선이 터지는 순간

교육방송 EBS가 만든 다큐멘터리 ‘마이크로의 세계’는 경이롭다. 26일 밤 11시와 27일 밤 11시 2부작으로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려고 해도 볼 수 없었던 세계를 영상으로 잡아냈다.

그 안에는 실제로 날아가는 총알이 슬로우비디오 장면으로 담겨 있고, 주먹을 얻어맞는 순간 근육이 뒤틀리는 권투선수의 얼굴과, 배트와 부딪히는 순간 움푹 들어가는 야구공, 그리고 눈으로 보이지 않는 달걀 껍데기의 숨구멍이 들어 있다. 모두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 장면들이다. 모두 국내에서는 최초,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한상호 PD는 “제작에 총 1년6개월이 걸렸다”면서 “국내에서는 이런 다큐가 없었고, BBC와 비교해도 뒤질 것 없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최대 50만배까지 확대 가능한 전자현미경과 초당 12만 프레임까지 촬영가능한 초고속카메라가 첫 번째 공신이겠지만, EBS 다큐 PD와 촬영감독들의 그 유명한 ‘헝그리 정신’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1부 ‘또 하나의 세상’ 편에서는 일상 속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는 지름 0.1㎜정도. 이보다 작아서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생물이 미생물이다. 머리카락 모근 속에서 기생하는 모낭충, 피부나 침대에 기생하는 진드기, 비를 피하는 곤충의 모습, 지렁이를 잡아먹는 두꺼비의 혀놀림 등이 생생하게 잡혀 있다.

2부는 더 자극적이다. 총구를 떠난 탄두. 영화 속에서는 모두 컴퓨터 그래픽으로 묘사하는 이 장면이 국내 최초로 잡혔다. 속도는 2만5000천 프레임. 영화와 TV에서 보여지는 장면이 1초에 24장의 장면을 연속으로 보여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속도를 짐작할 만하다. 음료수 캔과 계란을 총알이 통과하는 순간 등이 시청자의 눈을 빨아들인다.

또 단순히 이런 장면의 삽화식 나열이 아니라, 소년과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이야기식 구성으로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한 알의 모래 속에 우주가 들어 있다”고 했다. EBS의 다큐 ‘마이크로의 세계’ 안에 그 이유가 들어 있다.

(어수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