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북·중 관계 개선, 북한 경제난 타개를 위한 중국의 지원, 북핵 문제의 해법 모색 등이 주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방중(訪中)은 지난해 7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올 들어 급속도로 준비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활동을 극비리에 다루고 있는 북한 당국의 특성상 그 일정 등이 베일에 가려져 왔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형식상 지난 2001년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의 방북에 대한 답방(答訪)이다. 또 양국은 이번에 후진타오 주석 취임(2003.3)후 첫 북·중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신 지도부는 그동안 북핵 문제와 북한 경제난 등에 있어 김 위원장의 지도력에 내심 적지 않은 회의를 가져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중국의 신 지도부와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런 필요성에도 불구, 작년 후진타오 주석의 초청이 있은지 9개월이나 김 위원장의 방중을 끈 것은 중국의 경제지원 약속을 확실히 받아야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중국과 북한 간에 경제 지원 문제가 어느 정도 매듭지어졌을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가는 것은 분명하며, 김 위원장이 그동안 두 차례 중국을 다녀온 뒤 개방의 속도가 조금씩 빨라졌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01년 상하이(上海)의 푸둥(浦東) 개발구를 방문, “천지개벽이 이루어졌다”며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신속한 발전에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 기간 중 중국의 동북지방 등 경제 선진 지역을 둘러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번 중국 방문은 2002년 중국 당국에 의한 양빈(楊斌) 신의주특구장관 체포 등으로 악화된 양국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올 들어 북한 당국이 중국측에 양빈 전 장관에 대한 석방을 요청했고, 양 전 장관이 건설 중이던 선양(瀋陽)의 허란춘(荷蘭村)에 대한 규제도 풀려 건설이 재개된 점도 김 위원장의 방중과 맞물려 주목을 끌고 있다. 북핵 문제는 중국측의 관심 사항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동북아 평화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라면서 “북핵 문제를 잘 풀기 위해 김 위원장과의 대화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정일의 방문을 꼭 6자회담과 연결시켜서 보면 핵심을 놓칠 수가 있다. 최근 김정일의 관심사는 경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대만문제와도 연관짓기도 한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는 “중국은 대만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관계에서 성과를 내야 하고, 북한은 경제적 변화를 위해서라도 중국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방문은 또 시기적으로 한국의 총선 직후란 점이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 방문 일정은 오래 전부터 준비돼 왔으나, 그의 방중이 이루어지기 하루 전까지도 우리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날짜와 어디를 방문할 지에 대해 누구도 모른다”고 말했을 정도다. 지난주 일본 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 시기에 대해 이번달 말 아니면 5월 초로 전망했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의 방문이 막판 북·중간 협상과정에서 조금 앞당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