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한 18일 저녁,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열차는 이미 국경을 넘어 중국 단둥(丹東)을 통과한 뒤였다. 그만큼 이번 김 위원장 일행의 방북은 철저한 보안 속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이 18일 오후 6시쯤 열차편으로 신의주 압록강 철교를 지나 중국의 단둥을 통과한 것을 확인해준 이는 정부관계자가 아니라 현지 여행사 직원들이었다. 단둥 시내 C여행사의 한 총경리는 “오늘(18일) 낮부터 시내와 기차역 주변의 경비가 보통 때보다 훨씬 강화됐다”며, “저녁 무렵 돼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통과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단둥의 또 다른 소식통은 “김 위원장을 태운 열차가 오후 6시쯤 단둥을 통과해 저녁 9시와 10시 사이에 선양(瀋陽)을 지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측에서는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단둥으로 가 김 위원장 일행을 영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편을 싫어해 열차로만 이동하는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쯤 평양을 출발했고 19일 오전 6시 전후해 베이징(北京)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지난 2000년, 2001년 방문처럼 극비리에 진행됐다. 중국과 북한 양측은 지난달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의 방북 때 김 위원장의 방중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일정 조정에 들어갔으며 최종 방문 날짜를 결정하기는 최근 며칠 새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중국의 한 소식통은 “최근 며칠새 신의주에서 국경무역을 하던 북한 차량들이 일제히 자취를 감추고 사실상 국경이 봉쇄됐는데 알고 보니 김 위원장의 방중 대비 사전준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방중설은 최근 1주일새 조금씩 보도되기 시작했다. 17일에는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이 김 위원장이 5월 중순 이전에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교도통신도 같은 날 김 위원장이 이달 하순부터 5월 초 사이에 중국을 비공식 방문하는 방향으로 양측이 최종 조정 중이며 일정은 5일 전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각국 언론들도 이에 따라 시시각각 방문 예상일을 앞당겨 보도했으나 18일 오전까지만 해도 4월 하순~5월 초순 방중설이 유력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극비리에 이루어지는 바람에 한국 외교부와 주중 한국대사관도 18일 저녁까지 사실을 확인하느라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외교부의 한 관리는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이후에 방중할 것으로만 알고 있었지 이렇게 전격적으로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실무담당 부서도 18일 오후까지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관측통들은 김 위원장이 이끄는 방중 대표단 규모가 지난 2001년 방중 때보다 다소 규모가 작고 체류 기간은 3박4일~4박5일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베이징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를 만난 뒤 다른 도시로 이동해 경제 상황을 둘러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0년 중국 방문시 열차편으로 이른 새벽(오전 5~6시) 베이징 외곽 퉁셴(通縣)역에 도착해, 중국측이 마련한 영접차량 편으로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으로 이동했었다.

(베이징=여시동특파원 sdye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