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겐 음악경험도 쌀이나 옷 이상으로 중요한 선물이랍니다.”
김지현 (39) 명지전문대 음악과 교수는 3년 전부터 ‘피아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선 음악캠프를 열어 수익금으로 전국 고아원과 보육원에 피아노를 나눠주고 있는 것. 김 교수는 대당 250만~300만원 정도 하는 피아노를 지금까지 12대 나눠줬다.
“보육원에 가 보면 낡은 풍금 한 대 없는 곳이 허다해요. 음악은 사치가 아니라 일생을 살아갈 힘을 주는 필수요소인데 말이죠.”
김 교수가 피아노 나눠주기 운동본부인 ‘캐주얼 클래식’을 세운 건 지난 2000년 6월.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길거리 자선 음악회를 열고, 수익금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은 만만치 않았다. 주위에선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후원금을 받아내기도 쉽지 않았다. A4용지 30장 분량의 제안서를 작성해 기업 담당자들을 직접 찾아 다녔지만 문전박대 당하기 수차례. 그럴수록 더 이를 악물었다. 가까스로 한 벤처업체로부터 1억원 후원금 약속을 받아내 매달 한강 시민공원, 명동 거리, 화랑 등에서 클래식 공연을 펼쳤다.
“시민들의 호응이 컸어요. 하지만 수익금은 남질 않더군요. 뭔가 다른 방안이 필요했죠.”
그때 그는 유학 당시 눈여겨 봤던 아스펜 페스티벌을 떠올렸다. 학생 대상 음악캠프와 기부 음악회를 병행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유명한 외국 음악학교와 손을 잡아야 했다. 김 교수는 우선 모교인 줄리아드 음대에 끊임없이 이메일을 보냈다. 1000통이 넘는 이메일을 1년간 보낸 끝에 결실을 보았다. 책임자가 한번 만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 책임자는 제가 미국에 있는 줄 알고 닷새 뒤 맨해튼의 한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어요. 다음날 당장 뉴욕으로 날아갔죠.” 간단한 약속을 위해 한국에서 날아온 그 열정에 반해 담당자는 결국 돕겠다고 약속했다.
줄리아드 음대와 손을 잡은 그는 해마다 1회씩 음악캠프를 열고 있다. 수익금은 고아원에 피아노 보급하는 데 쓰고, 국내 음악도들에게는 줄리아드 음대 교수들의 고급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대기업·은행·악기사로부터 후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고 음악계 동료들이 실비로 무대에 서줘 그의 프로젝트에는 활기가 돌았다.
김 교수는 올해부턴 학생들과 함께 조를 짜서 각 보육원의 피아노 조율을 도와줄 계획이다. 성악이 전공인 만큼 아이들에게 직접 노래도 들려 주고 싶단다. 그의 꿈은 전국에 있는 모든 보육원에 피아노를 나눠주는 것. 김씨는 “진정한 화음은 우리의 삶이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나는 것 아니냐”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