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 워싱턴 특파원

지난주 미국 신문들의 톱뉴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될 수 없는 이유에 관한 보고서’나 다름없었다. 이라크 폭력사태로 인한 미군 사망자 수는 전후 최악이었고, 백악관은 9·11테러 대응 미비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비밀분류된 대통령 일일보고까지 공개했지만 의혹은 오히려 커지기만 했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이 부시의 대안으로 강력하게 부상한 것도 아니었다. 케리 의원도 병력 증파나 국제적인 지원요청 외에 이라크 사태를 해결할 묘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케리도 2년 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는 의회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으니, 전쟁 그 자체를 비난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부시 대통령이 집권 후 최악의 위기를 맞았는데도, 케리 의원이 눈부시게 강자로 부상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거 전문가들은 민주당 경선이 너무나 빨리 케리의 압승으로 끝나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일 기회를 잃은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매력과 카리스마가 약하다는 것도 약점이다.

또 한 가지 원인은 케리의 어쩔 수 없는 ‘상원의원 체질’이다. 상원의원이란 결국 동료의원들과 협조·타협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때 능력을 인정받는다. 당의 방침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상원의원의 표결 행태를 추적하면,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애매한 정치인’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실제로 부시 재선팀은 약 6000건에 달하는 케리 의원의 표결 행태를 면밀히 분석해 “일관성이 없다”고 공격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 주의 살림을 맡아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주지사는 눈에 띄는 성취를 이루기 쉽고, 당의 노선에 크게 충실할 필요도 없다. 주지사는 당의 입장에 구애받지 않는 독자적인 추진력과 일관성 있는 지도력을 인정받기 쉬운 위치에 있는 것이다. 텍사스주 주지사였던 부시가 그랬고, 아칸소주 주지사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30년간 미국 대통령들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지사 출신이었다.

19년차 상원의원 케리의 정치인으로서의 ‘신선도’도 문제다. 칼럼니스트 조너선 로치는 최근 “대부분의 대통령·부통령들은 의회·주지사·시장 등 첫 주요 선거에서 승리한 지 14년 안에 당선됐다”고 분석했다. 부시는 주지사 당선 후 6년 만에 대통령이 됐고, 클린턴과 존 F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은 14년, 지미 카터는 6년이 걸렸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나 허버트 후버는 다른 선거를 거치지 않고 단번에 대통령이 됐다.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기관들이 발표하는 부시와 케리의 가상대결 결과는 벌써 몇 달째 ‘시소’처럼 움직이고 있다. 부시 지지자들은 이러나 저러나 부시를 지지하고, 반(反)부시 세력에게는 부시를 더 싫어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날 뿐이다. 민주·공화 어느 쪽도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소’는 상황에 따라 약간씩 기울기는 하지만 곧 수평을 회복한다.

대부분의 선거전문가들은 이번 미국대선 역시 지난 2000년 대선과 다름없는 치열한 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대선의 가장 큰 교훈은 인구 2억9000만명의 나라에서 유권자 1억900만명이 참여하는 선거가 단 537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선거 전날 밤까지도 선거 결과 예측을 유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이야말로 예측불허의 나라이지만, 고집스런 양당 구도에 붙들린 미국 역시 선거 결과 예측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강인선 워싱턴특파원 ins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