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대학들이 인문계는 수능에서 수학 시험을 보지 않아도, 자연계는 언어(국어) 시험을 보지 않아도 지원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지방의 주요 국립대와 이름 있다는 서울의 대학들조차도 ‘국어 또는 수학이 필요 없는’ 입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입학전형을 까다롭게 하지 않을 테니 제발 우리 대학에 응시해 달라는 뜻이다. 정원의 40%도 못 채우는 지방대학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을 얼마나 끌어모을 수 있느냐에 대학의 사활이 달린 데서 빚어지는 기현상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대학들이 지식 습득에 최소한의 도구 역할을 하는 기초과목까지 공부 안 해도 된다며, 호객행위나 다름없는 방법으로 학생 머릿수를 채우려고 드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우리 대학들은 지금 이공계 신입생을 뽑으면서도 문과(文科) 수학과목의 점수를 내도 괜찮다고 하고 있다. 아무나 와주기만 하면 고맙다는 것이고, 이들이 수학(修學)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의 여부는 묻지도 않겠다는 발상이다. 심지어 수능 점수가 아예 없어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대학까지 나와 있다.

휴대폰 경품에, 입학전형료 면제 등 ‘입학 덤핑’으로 구차스럽게 연명해가며 쓸모없는 졸업장이나 찍어내고 있는 대학들을 더 이상 그대로 놓아둬서는 안 된다. 유사학과는 통폐합하고 경쟁력 없는 학과는 과감히 정리하는 구조조정만이 대학들의 살 길이다.

한발 더 나아가 대학 단위의 통폐합까지 서둘러야 한다. 고교 졸업생이 대학 입학정원을 밑돌고 있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선 나라들이 이미 10년, 20년 전에 체험한 대학 도태(淘汰)의 시대가 우리나라에 찾아든 것이다.

결국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는 대학과 학과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그런 특성화 전략 아래 이루어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다운 대학과 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특성화된 전문대학으로의 분화가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