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하고 암담한 하루하루입니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어처구니없는 여론재판에 무릎 꿇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라는 현실 때문에….”
전북 부안군 변산면 변산서중학교 조 모 교사. 그는 자질과 도덕성을 문제삼는 학부모들의 요구로 지난 3월 초 담임에서 물러난 데 이어 3월 말 이후에는 제자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3월 30일부터 1학년 재학생 41명의 절반 이상이 그의 수업시간이면 교실을 나가고 있고, 지난 12일부터는 2학년까지 동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유치에 찬성하는 입장이며, 유치를 신청한 김종규 부안군수의 사촌동서이기도 하다. 그는 “수업거부 제자들과 시선을 마주하기 어렵고, 수업 중에도 진땀이 흐르고 입이 바싹바싹 마른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9시 이 학교 1학년 1반 교실에선 학생 20명 가운데 7명만이 그의 한문 수업을 듣고 있었다. 나머지 13명은 빈손으로 교장실에 앉아 있었다. 기자가 수업거부 이유를 물었다. 한 학생이 “핵폐기장 찬성 때문에…”라고 말을 꺼내자 동급생 2~3명이 말을 막았다.
학생들은 “부모님들이 ‘그 선생님 인품과 자질이 나쁘다’고 수업을 받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교실에 있는 친구들의 말은 달랐다. 한 학생은 “조 선생님이 부안군수의 사촌동서라고 대부분 학생들이 알고 있다”며 “수업거부도 그 때문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학부모들이 조 교사의 도덕·한문 수업을 거부하자고 뜻을 모은 것은 3월 초. 학부모들은 그의 사퇴를 주장하며 3월 2~4일 신입생 등교를 막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조 교사가 4월 말까지 사퇴하지 않는다면 집단 수업거부와 타학교 전학 등에 나서겠다고 결의한 상태다.
한 학부모는 “핵폐기장이나 군수와의 관계가 아니라 교사로서 도덕성과 자질이 문제”라며 “특정 학생을 편애하거나, 밭에서 농작물을 가져오게 하고, 수업시간에 성(性)과 관련된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교사는 “법과 절차를 통해 문제를 제기해 잘못이 있다면 상응한 책임을 지겠지만 사실무근이거나 왜곡된 이야기들에 대해 사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각계에 탄원했지만 학교측과 교육당국은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학교 한상관 교장은 “학부모들을 설득하기도 했으나 어려운 형편의 시골 사립학교로서 그분들의 뜻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고, 조 교사를 다른 학교로 발령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