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핵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5년 전 북한을 방문했을 때 완성된 핵무기로 보이는 ‘핵 장치’ 3개를 직접 목격했다고 밝힌 것으로 미국 뉴욕타임스지가 13일 보도했다. 칸 박사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북한 핵무기의 존재가 외부인에 의해 처음으로 확인된 것으로, 북핵 위기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태 변화이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개발·보유하고 있다는 관측은 여러 군데서 제기돼 왔다. 미 중앙정보부(CIA)는 북한이 최소한 1~2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으며, 그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 스스로 8000여개의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를 공표하고 미국 전문가들을 불러들여 핵관련 시설과 물질들을 보여주면서 ‘핵 억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줄곧 북한의 이런 도발적인 태도를 ‘협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술’이라고 해석하면서 북한이 실제 핵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베이징 6자회담도 북한 핵시설의 폐기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삼고 있지는 않다. 만약 칸 박사의 진술대로 북한이 이미 5년 전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지금쯤은 그 수가 얼마나 늘어났을지도 알 수 없다. 북핵 위기의 본질과 해결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 핵무기는 우리 민족의 운명과 직결된 문제다. 뉴욕타임스는 칸 박사의 진술 내용이 한·미·일 정부에 통보됐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사실은 가급적 신속하게 알리면서 북의 핵무기 보유가 가상(假想)상황에서 실제 상황으로 변화된 데 따른 대응책을 다각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북핵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정부와 국민들에게 만연된 현재의 위기 불감증을 상황의 안정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어느날 갑자기 북한이 핵 보유 선언을 하거나 핵실험을 하고 나설 경우 국민들이 겪을 당혹감과 혼란, 그리고 한반도의 극단적인 위기상황을 정부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