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가 겨우 두 번째 출전인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자신이 세계 톱 클래스의 선수라는 점을 증명해 보였다.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도 깔끔한 스윙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최경주는 한국인으로는 사상 첫 ‘메이저 톱 10’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골퍼라면 올해 마스터스의 1, 2, 3위인 필 미켈슨과 어니 엘스, 최경주의 스윙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 명씩 비교해 보면 이들이 셋업시 팔의 긴장을 풀고 다리 앞에 편안히 팔을 늘어뜨린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런 편안한 자세가 몸에 익숙해져 있는 까닭에 심적 부담이 엄청나게 큰 상태에서도 최상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차이는 백스윙이 시작돼서야 나타난다. 최경주와 미켈슨은 백스윙에서 클럽을 가파르게 들어올리는 업라이트(Up right)한 스윙 궤도를 만드는 반면, 엘스의 백스윙은 플랫(Flat)한 특징이 있다. 세 선수 모두 머리를 고정시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 유념해야한다. 그들은 또 백스윙 톱에 이르러서 오른쪽 다리를 향해 상체를 코일처럼 꼬아서 파워를 내고 있다.

최경주의 클럽 컨트롤의 핵심은 백스윙 톱에서 오버 스윙을 하지 않고 지면과 평행을 이루는 데 있다. 최경주의 드라이버는 평균 283야드에 달했고, 페어웨이 적중률은 64%였다. 이런 수치로는 PGA 최고의 장타자 반열에 오르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의 샷은 훅이나 슬라이스 없이 똑바로 날아갔고, 마스터스 3위에 오를 만큼 충분한 거리를 내 줬다.

임팩트 자세에서도 최경주와 어니 엘스, 필 미켈슨이 매우 비슷하다. 왼쪽 어깨와 클럽 끝이 일직선을 유지한다. 릴리스 때는 오른손이 왼손을 완전히 덮어주면서 업라이트한 피니시 자세를 만들고 있다. 세 선수는 피니시 자세에서는 모두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한결같이 똑바로 선 상태에서 볼이 페어웨이에 안착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세 선수는 훌륭한 스윙을 갖고 있고, 매우 부드럽다. 최경주는 마치 골프클럽을 집어올리는 쉬운 스윙을 하지만, 힘이 넘친다. 왼쪽에 워터해저드까지 있어 까다롭기로 소문난 11번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만든 이글은 환상적이었다. 그 샷은 PGA투어에서 최고의 샷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