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대장이 이번에 얄룽캉을 오르면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봉우리 15개를 등정한 사람이 됩니다. 꼭 성공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오겠습니다.”
가수 이문세 (45)가 17일 히말라야로 떠난다. 그는 지난달 15일 얄룽캉봉(8505m) 원정을 떠난 한국의 대표 산악인 엄씨 일행과 현지 베이스캠프(5500m)에서 다음달 2일 합류할 예정이다. 이문세는 기타를 메고 등반, 현지에서 ‘베이스캠프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이문세의 원정대에는 ‘도봉산 다람쥐’라 불리는 연극배우 지춘성, 대한산악연맹 김병준 전무이사 등 9명이 포함됐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열리는 콘서트일 거예요. 베이스캠프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지, 가더라도 고산병(高山病) 때문에 가능할지 모르지만요.” 5500m 베이스캠프 등반은 카트만두에서 출발해 도착까지 12일이 걸리는 고행(苦行)이다. 베이스캠프 역시 최저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극지(極地)다.
배드민턴 매니아로 이름난 ‘운동광’ 이문세는 4년 전 엄씨를 알게 돼 등산에 본격 입문했다. 그간 엄씨와 함께 설악산·한라산·백두대간 종주를 해오다 이번에 히말라야 등반을 권유받았다. 지난달 14일 ‘이문세 독창회’ 100회 공연을 마친 뒤 수염도 깎지 않고 매주 2회씩 등산을 다니며 검게 탄 모습이 전문 산악인 못잖다. “작년에도 함께 가자는 걸 공연 스케줄 때문에 사양했거든요. 이번에 못 가면 한으로 남을 것 같아서 방송 섭외도 모두 거절했습니다.”
그는 작년 여름 일본 공연 때도 혼자 후지산(3776m)을 오를 만큼 “나름대로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엄 대장이 저더러 ‘제1캠프(6200m) 또는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부추기는데, 그 길에는 엄청난 수직 빙벽이 있어서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씨는 “지퍼 사이를 뚫고 들어와 피를 빠는 거머리, 밤새 손톱 밑에 새까맣게 끼는 벼룩과 빈대들…. 이런 것들과 싸우러 가는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엄씨 같은 세계적 산악인을 너무 소홀히 여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오른 힐러리 경은 요즘도 매년 ‘힐러리 데이’에 카 퍼레이드에 나와 손을 흔든답니다. 우리는 8000m 이상 14봉우리 등반가가 3명이나 있는데, 아직도 여기저기 원정 비용을 구걸하러 다녀요.”
이문세는 산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사람이다. “산에 오르면 세상에서 긴장하고 복잡했던 머릿속이 아주 단순해져요. ‘아, 힘들다’, ‘언제 밥 먹나’ 이런 것뿐이죠. 우리 모두 평소에 너무 복잡하게 살아서 몸과 마음을 다 해쳐요.” 산에 대한 찬사가 계속 이어진다.
“산 속에서 힘들어 거친 숨을 쉰다는 건 속에 있는 나쁜 것들을 다 토해내고 제일 깨끗한 것으로 채운다는 거죠. 이렇게 한 번만 하면 도시생활 1주일을 버틸 수 있어요.” 5월 13일 귀국 예정인 그는 “히말라야 공기를 듬뿍 마시고 돌아와 다음 음반 준비를 하겠다”고 활기차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