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Bush) 미국 대통령은 2001년 9·11 테러 발생 약 한달 전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미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백악관이 이날 9·11 조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비밀해제를 거쳐 공개한 2001년 8월 6일자 대통령 일일보고(PDB)는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수년째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뉴욕의 연방건물들을 감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미국 내에서 비행기 납치 등 테러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백악관은 지금까지 9·11 테러를 사전에 방지할 만한 정보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서류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당시 알 카에다의 미국 내 활동과 관련해 상당히 구체적인 최신 정보를 보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콘돌리자 라이스(Rice)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지난 8일 9·11 조사위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받은) 보고서는 과거의 사실에 관한 것이었을 뿐 새로운 테러에 대한 경고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보고서는 ‘과거의 사실’뿐 아니라 새로운 정보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을 공격하기로 결심했다’는 제목이 달린 이 서류에는 빈 라덴이 1998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알 카에다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한 데 대한 보복을 하고 싶어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미 연방수사국(FBI)이 미국 내 알 카에다 조직원들을 추적하고 있으며, 이들이 미국 내에 테러공격 지원망을 구축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항공기를 납치해 무기로 사용한다든지, 공격 시기나 장소와 관련된 정보는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11일, 당시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 머물던 부시 대통령은 이 보고를 받은 다음 날인 8월 7일 기자들과 골프장에서 만나 날씨와 골프에 관한 농담을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는 줄기세포 연구에 관한 지원여부, 교육, 이민 등이었을 뿐 미국에 대한 테러위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라이스 보좌관이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 이전에도 테러위협을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부시 행정부는 이에 적극대응했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외견상 부시 행정부가 테러에 긴박하게 대응한 것 같지는 않다고 보도했다.

한편 뉴스위크가 지난 8~9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부시 행정부가 미국 내 테러위협을 과소평가했다고 답했다.

(워싱턴=강인선특파원 ins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