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식목일 가족과 함께 서울대공원을 찾았다.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휴관일이라 돌아 나왔다. 호수 근처 넓은 잔디밭 쪽으로 가려고 하니, 중국등축제 행사장이 통로를 막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코끼리열차가 순환하는 길을 따라 걸었다.

달리는 열차는 소음덩어리여서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조차 없었고, 시커먼 연기까지 내뿜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조용히 산책하려던 꿈이 사라졌다.어린 동물들이 살고 있는 곳이나, 넓은 잔디밭이 보이는 장미원에 쉬려고 갔지만 문이 막혀 있었고, 구경하는 어린이도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얼마 전부터 이용요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작은 동물원은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던 곳이었고, 넓은 잔디밭 쉼터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장삿속으로 변해버린 대공원에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아 서둘러 나왔다. 자연을 더럽히며 인간을 짜증나게 하는 공원은 공원으로서 본연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백형찬 47·교수·경기 안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