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스위트피(Sweetpea)’란 생소한 뮤지션이 달랑 다섯 곡이 담긴 음반 ‘달에서의 9년’을 내놓았을 때, 사람들은 ‘인디 음악’의 질긴 생명력을 확인했다. 하드코어와 힙합 일색이던 인디에서 민들레처럼 피어난 수채화 같은 음악이었다.

스위트피는 모던록 밴드 ‘델리 스파이스’ 리더 김민규의 솔로 프로젝트다. 그가 스위트피 2집 ‘하늘에 피는 꽃’을 내놓았다. 2000년 정규 1집 이후 4년 만이다. 새로 녹음한 13곡과 절판된 첫 음반 ‘달에서의 9년’을 리마스터링해 보너스로 묶었다. 최근 인터넷에서 최고 18만원에 이 음반을 구입한 사람에겐 비극이겠지만.

“2000년 스위트피 정규 1집에 ‘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이란 제목을 붙였죠. ‘델리’가 옷을 잘 갖춰입은 음악이라면, 스위트피는 알몸의 음악이죠. 두 가지 음악을 번갈아 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새 음반에서 메탈 밴드 신 리지(Thin Lizzy)와 메탈리카가 연주했던 아일랜드 민요 ‘위스키 인 더 자(Whiskey In The Jar)’와 트위스티드 시스터의 ‘위어 낫 고너 테이크 잇(We’re Not Gonna Take It)’을 통기타로 리메이크했다. 동물원에서 김창기가 불렀던 ‘잊혀지는 것’도 실었다.

“모두 80년대 제가 중·고교 시절에 들었던 노래들이에요. 신 리지나 트위스티드 시스터는 어려서 기타 연습하면서 즐겨 들었고, 동물원은 가사가 정말 좋아요. 동물원에 바치는 일종의 헌정곡이라고 할 수 있죠.”

‘달에서의 9년’이 열악한 홈 레코딩 탓에 ‘로 파이’(Low―Fi·음향이 원음에 충실치 못함. Hi-Fi의 반대)의 극치를 들려줬다면, 이번 음반은 같은 홈레코딩인데도 음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델리의 모던 록 사운드에서 일렉트릭 기타와 베이스, 드럼을 쏙 빼고 가녀린 김민규의 보컬을 잘 살린 포크 풍의 음악들이 트랙이 바뀔 때마다 봄 햇살처럼 빛난다. 그는 “그래도 1집 때보다는 ‘일렉트릭 기타를 쓰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많이 벗어났다”고 했다.

“저는 기본적으로 과작(寡作)이에요. 곡 쓰고 노래하는 능력이 얼마나 계속될까 하는 생각도 하고요. 나이 먹을 수록 목소리도 연주도 달라지고, 심지어 이 세상 공기도 달라지겠죠. 조금이라도 덜 오염된 공기에서 더 많이 녹음해 놓고 싶습니다.”

실험적인 사운드에 대한 그의 노력은 델리에서와 다를 바 없다. ‘뱀파이어는 이렇게 말했다’란 곡에서 그는 저음의 내레이션을 내기 위해 밤새 녹음 장비의 전원을 켜 대기시켜 놓은 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갓 깨어났을 때의 잠긴 목’으로 내레이션을 녹음했다. 그는 “녹음하며 낸 소음을 참아준 ‘아파트 이웃 주민들’에 대한 고마움을 음반 속지의 글 속에 포함시켰어야 하는데…”라며 웃었다. 그는 5월 5~16일 대학로 클럽 ‘45번가’에서 단독 공연도 연다. “80년대 내가 즐겨 갔던 소극장 공연을 이번엔 내가 한번 해 보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