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 투표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유권자 상당수는 지역 후보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TV 등 매체엔 각 당 대표들이 벌이는 이미지 정치형 이벤트만 주로 부각되고 있어 국회의원 선거에 국회의원 후보는 없고 대표만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총선은 정당간 경쟁인 동시에 인물간 경쟁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인물 경쟁은 간데없고 정당 경쟁만 불붙어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각 당의 후보 물갈이가 많아 주요 정당 후보조차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탄핵 바람까지 불어 이번 선거는 입후보자 이름도 모르면서 지지하고 반대하는 ‘묻지마 투표’로 갈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거 선거에서도 이런 경향이 없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정책 경쟁도 사실상 사라졌고 ‘쇼’형 이벤트들만 무성하다. 큰절 하고, 눈물 흘리고, 빗자루로 쓸고 하는 등의 행태는 과거엔 군소 후보들의 시선끌기용 고육지책이었지만 이번엔 주요 정당 대표들이 앞장서고 후보들이 뒤따르는 총선의 주무기가 되고 있다.
바뀐 선거법의 핵심인 미디어 선거도 이상하게 변질되고 있다. 수도권 전체 선거구의 절반 가까이에서 주로 앞서 가는 후보들이 TV토론을 기피해 토론이 불발되고 있다. 이 경우 일방적인 각 후보 연설로 대체되는데 이를 볼 유권자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후보자 이름도 잘 모르는데 그나마 TV토론도 안 한다면 정당과 후보자가 ‘묻지마 투표’를 재촉하는 꼴이다.
이번 총선 과정에 긍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조직 동원, 돈봉투, 향응 등 구태는 크게 줄었다. 미디어 선거도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총선이 중앙당의 이미지 경쟁, 세몰이로만 몰려간다면 본말이 뒤바뀐 것이다.
선거는 국민의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정치 행위다. 그 중대사가 이렇게 알맹이 없고 감상적인 무대극처럼 흘러갈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