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이다. 식목일에도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조용한 휴일 오후,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엄청 크게 틀어놓았지만 웅얼웅얼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뭘 홍보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알아보니 국회의원 선거 홍보차량이었다. 그 시끄러운 소리는 정말 인내심을 시험하게 했다. 휴일을 조용히 보내고 싶었던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후보자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휴일을 방해하는 홍보 방식이 과연 표를 얻는 길일까.

그 홍보트럭에는 ‘민생 안정’ ‘주민 복지’란 문구가 붙어 있었다.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쉴 권리를 앗아가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 ‘민생 안정’ ‘주민 복지’인가.

평소에 덕을 쌓아온 후보라면 선거 막바지에 이런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유권자가 그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선거 전 며칠 동안 집중한다고, 선거 때만 되면 양로원·고아원에 찾아간다고 하여, 한 표를 더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국민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어떤지 잘 알고 있고, 4년에 딱 한 번 이루어지는 선행에 표심을 바꿀 만큼 단순하지 않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이 되길 원한다면, 4년마다 한 번씩 보여주셨던 선행을 항상 보여주시기 바란다. 당장 며칠 후 있을 선거만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있을 많은 선거들을 염두에 두시기 바란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얼마 후 선거권을 갖게 될 19세 학생이라는 점을 가슴깊이 새겨 두셨으면 한다.

(최효선 19·고등학생·서울 양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