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포드 파크'

    MBC 밤 12시30분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웅변한, 거장 로버트 알트먼(‘야전병원 매쉬’ ‘내쉬빌’ ‘플레이어’ ‘숏컷’)의 역작. 2002년 74회 아카데미 각본상 등 많은 상을 안았다. 1930년대 초 영국, 윌리엄 매커들 경의 대저택 고스포드 파크에서 사냥 파티가 열리나 한밤중에 매커들 경이 흉기에 찔린 변사체로 발견되는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살인 미스터리 팬이라면 온통 진범 찾기에 골몰하겠지만, 그러나 위 의문은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감독이 중시하는 것은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인간 군상들의 가식적이고 추악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인간 관찰이나 관계 묘사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감독 특유의 통렬함 내지 냉소가 전율이 일 정도로 강하다. 가슴 훈훈한 감동을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따라서 영화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래도 참고 본다면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헬렌 미렌, 매기 스미스, 에밀리 왓슨 등 출연진의 연기 앙상블을 비롯해, 편집·미술·음악·의상 등 연출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최고 수준을 뽐내는 영화에 다소는 감탄하지 않고는 못 배길 테지만. 강추. 원제 Gosford Park . 약 130분. ★★★★☆ (5개 만점).


'명탐정 필립' EBS 2시

미국 영화의 거의 모든 장르에서 최고 경지를 구사했던 거장 하워드 혹스의 최고 대표작 중 하나다. 험프리 보가트나 로렌 바콜이란 이름만으로도 그럴 린 없겠지만, 혹여 진부하기 짝이 없는 우리말 제목만 보고 무심코 지나쳤다간 두고두고 통탄할, 할리우드의 고전적 탐정 미스터리자 필름 누아르다. 보가트가 분한 사립 탐정 필립 말로우는 냉소적이면서도 낭만적인 할리우드 반영웅의 원형을 보여준다. 플롯 캐릭터 등에서는 여느 할리우드 영화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극도의 복합성을 과시하고. 원제는 ‘영원한 잠’, 즉 죽음을 의미한다. 절대 추천작. 원제 The Big Sleep. 1946년. 약 114분. ★★★★★

(전찬일·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