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떠나 빈 ‘홈런왕’ 자리는 누가 차지할까. 지금까지 한 시즌에 홈런을 50개 이상 터뜨린 선수는 이승엽(56개·54개)과 현대 심정수(53개)뿐이었다. 심정수는 자연스레 ‘포스트 이승엽’, ‘새 아시아 신기록’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그는 최근 몇년간 특유의 강한 근력훈련으로 힘을 키우고, 이승엽과 ‘대포 전쟁’을 벌이면서 초대형 거포로 거듭났다. 하지만 최근 왼쪽 옆구리 근육이 미세하게 찢어졌다는 판정을 받아 훈련을 쉬고 있다. 개막 이후 얼마나 빨리 정상 컨디션을 찾을지도 미지수. 이승엽이라는 경쟁상대가 없기 때문에 약해질 수 있는 의욕도 스스로 북돋워야 한다.
심정수를 견제할만한 선수로는 한화 김태균과 기아 마해영, 현대 송지만, 두산 김동주 등이 꼽힌다. 김태균은 데뷔해인 2001년 20홈런을, 작년엔 31홈런을 쳤다. 4년차인 올해는 40홈런을 기대한다. 거포에게 필수적인 손목과 허리힘이 좋고, 약점이던 바깥쪽 공 공략에 자신감을 얻어 타구를 자주 멀리 날릴 듯. 송지만은 한화에서 현대로 옮긴 뒤 기마자세같던 타격폼을 정상적인 자세로 바꾸면서 시범경기 홈런 공동 1위(4개)에 올랐다. 홈런 38방을 날렸던 2002년의 느낌을 되찾는다면 40홈런은 무난할 전망. 마해영은 3년 연속 30홈런을 돌파했다는 안정감이 돋보인다. 김동주는 가장 넓은 잠실 구장을 안방으로 써 불리하지만 그곳에서 유일하게 장외홈런을 날려봤다. 작년 수위타자에 오를만큼 타격도 정교해 첫 홈런왕을 노릴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