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 45·배화여대 영문학 교수

조선일보 3월 27일자에 게재된 서지문 교수의 시론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다면’을 읽고 두 가지 점에서 반론을 제기한다.

첫째, 서 교수는 대한민국 국민의 개혁 열망을 지나치게 폄훼하고 있다. 탄핵정국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판단을 ‘감정적’이고 ‘단선적’이라고 지적하는 서 교수의 섣부른 판단이 오히려 감정적이고 단선적이지 않은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한 국민 절대 다수의 반대 입장은 민심의 대이동이 시작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점에서 탄핵안 가결로 인해 ‘민중’이 나라가 붕괴하는 것처럼 ‘흥분’을 하고 야당을 ‘매국노’처럼 압박했다고 주장하는 서 교수의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나라 국민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은 이미 기성 정치인의 후진적 정치의식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

이번 탄핵보다 더 경천동지할 비상사태에 직면한다 해도 대한민국 국민은 분노할지언정 침착하게 일상으로 되돌아갈 민주적 시민 역량을 갖춘 국민이 아니었던가. 과거 서슬퍼런 독재정권하에서, 그리고 IMF구제금융 위기하에서 절망할 때도 오뚝이처럼 일어선 우리 국민이었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절대 다수당이 된다면 야당을 규탄하는 “민중의 반 이상은 가슴을 치며 후회할 수도 있다”는 서 교수의 견해는 다수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변화를 열망하는 다수 민심에 대한 ‘착독’ 현상은 아닐까.

둘째, 앞으로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정국은 차후 보·혁(保·革)갈등의 혼미에 빠질지도 모른다. 노무현대통령이 지난 1년 동안 자질 부족과 잦은 정치적 시행 착오를 노정하여 민생안정에 소홀히 한 점엔 필자도 동의하며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서 교수의 주장대로 앞으로 남은 4년 임기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과 의구심의 편향된 시선으로 정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금 각 당은 민생을 24시간 챙겨야 한다. 민생 돌보기가 일회성 즉흥쇼가 돼서는 안된다. 국민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현재의 당 지지도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인생이나 정치나 모두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법이다.

(고재경 45·배화여대 영문학 교수·서울 종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