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코트에 서는 스타팅 멤버는 팀당 다섯 명. 나머지 일곱 명은 벤치를 지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이 그냥 쉬고 있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감독·코치의 호출 명령이 떨어지면 곧바로 코트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항상 몸을 풀어놓고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농구코트의 ‘5분 대기조’인 셈이다.

7차전까지 갈 것으로 예상되는 원주 TG삼보와 전주 KCC의 03~04 애니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체력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 전력 차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주전들의 힘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벤치멤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2년 연속 챔피언 등극을 노리는 TG삼보의 벤치엔 ‘카리스마의 제왕’ 허재가 있다. 존재 자체로도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어주는 허재는 ‘우승 후 은퇴’라는 멋진 마무리를 위해 최근 술도 끊으면서 체력을 비축했다. 주전가드 신기성이 지치거나, 경기가 안 풀리면 곧바로 나서서 ‘해결사’ 역할을 해내야 한다. 부담감이 많을 수밖에 없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노련함과 배짱을 갖춘 그의 출장시간은 정규시즌보다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TG는 신종석과 정훈의 활약에도 기대를 건다. 신종석의 3점포는 터지면 무섭다. 이미 지난해 오리온스와의 챔피언결정전서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 정훈은 김주성의 ‘대타(代打)’다. 모비스 시절 주눅이 들어 제 기량을 못 펼쳤지만, TG삼보에선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다.

KCC는 벤치 두께에선 TG삼보를 앞선다. 이상민이 없어도 표명일과 최민규가 어느 정도 몫을 해주고 있다. 이상민이 LG와의 4강전 3경기 중 2차례나 5반칙 퇴장을 당하고, 한 번은 4반칙으로 몰렸을 때 이들이 그 공백을 말끔히 메웠다. 플레잉코치 정재근의 존재도 돋보인다. 3점슛에 속공능력까지 갖췄다. 조성원이 상대의 장신선수를 막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경우, 대신 투입될 전망. 오히려 조성원보다 먼저 스타팅 멤버로 기용될 수도 있다. 힘좋은 서영권도 민렌드나 바셋의 힘이 떨어질 경우 잠깐이라도 골밑에서 ‘보약’ 역할을 해줄 능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