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국내선 항공기 이용객 감소와 공항내 입주 업체들의 철수 등으로 대구공항의 역할과 기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특히 고속철도의 노선과 운행시간 등을 고려할 때 대구공항이 국내 지역공항들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 섞인 예측도 나오고 있어 대구공항 살리기에 비상이 걸렸다.
◆활기를 잃어가는 대구공항= 28일 오전 대구공항 1층. 썰렁한 대합실 한 편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조중철(48)씨는 주위를 신경쓰지 않은 채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었다. 가끔씩 비행기 탑승시간을 기다리는 공항 이용객들이 진열대 앞을 잠시 기웃거릴 뿐이기 때문이다.
“이 곳에 입주해 있는 상인들은 이제 모두 자포자기한 심정입니다. 지긋지긋한 경기불황에다가 고속철도 개통까지 앞두고 있으니 도무지 손님을 끌어들일 방법을 찾을 수 없습니다.”
조씨는 “약국·기념품 판매점·스넥점 등 다른 입주업체들의 상황도 거의 다르지 않았다”며 “최근 몇 달 사이에 입주업체들 가운데 거의 절반 정도가 공항 이용객 감소를 우려해 철수했다”고 말했다.
3~4일 전에는 대구공항 1층에 있던 구두미화점과 2층에 있던 대구시 공동브랜드인 ‘쉬메릭’ 매장이 철수했다. 도자기 전시·판매점과 아이스크림 판매점이 있었던 자리는 이미 창고로 변하거나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매장 한 직원은 “4월중 공항측과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몇몇 입주업체들도 조만간 장사를 접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층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임승규(60)씨는 “이달 전체 매출은 2월에 비해 30~40%씩이나 떨어졌다”며 “옆에 있던 가게가 하나둘씩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 착잡한 마음이 들지만, 장사를 접는다고 특별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답답해했다.
공항 한 관계자는 “구미시와 대구공항을 연결하는 구미공항리무진도 지난해 12월 재정난 등을 이유로 운행을 중단했다”며 “공항의 부대시설이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공항 이용객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뾰족한 대책은 없어= 고속철 개통에 대비해 지난해 11월 대구시와 국내 항공사, 공항공단 등 9개 기관이 구성한 '대구공항활성화추진협의회'는 대구공항을 대구·경북과 충청권의 거점 국제공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국제 항공노선을 증편하기로 했다. 또 시내버스의 대구공항 연계노선 신설, 대구지하철 3호선의 공항경유 방안 등 공항 접근 교통인프라도 확충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사스 등의 영향으로 운항이 중단됐던 대구~베이징(北京)노선과 대구~옌타이(煙臺)노선을 오는 29일과 다음 달 3일 각각 다시 복항(復航)해 매주 두 차례씩 운항하기로 했다. 또 오는 6월부터는 대구~셴양(瀋陽)에도 매주 2~3차례씩 신규 노선을 운항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구~태국 푸켓 노선을 오는 6월 초까지 매주 두 차례씩 운항할 계획이다.
대구지역 상공인들도 서울 및 해외 출장 때 항공기를 이용하기로 결의하는 등 대구공항 활성화에 적극 나섰다. 항공노선의 축소가 지역의 글로벌 경쟁체제 구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구공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공항 한 관계자는 “이번에 복항되거나 신설된 노선들은 대부분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라며 “지금까지 제시된 대책들은 대부분 임시방편으로 나온 것이 많은 만큼 대구공항 살리기에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