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봄꽃처럼 번지는 이야기다. ‘피터팬‘을 읽고 난 뒤에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세상과 어른들로부터 상처받은 아이들이 모여사는 땅 ‘네버랜드’. 자유를 만끽하며 살면서도 꼬마 전사들은 문득문득 엄마의 품을 그리워했다. 끝내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네버랜드로 돌아가던 피터팬으로 인해 가슴 저렸던 기억…. 아이들이 맘놓고 꿈꾸고 뛰놀 수 있는 세상은 환상 속에서만 존재했다.
이 책의 제목으로 차용된 ‘네버랜드’ 역시 아이들의 천국이다. 다양한 사연들을 안고 네버랜드까지 오게 된 아이들은 어른들의 간섭과 억압이 없는 동화 속 나라에서 신나게 뛰놀며 즐거워한다. 숫기없고 말이 없어 친구가 없던 미아도 마찬가지다.
등굣길, 파란 하늘을 바라보다 제 앞에 멈춰선 해바라기색 버스를 타고 저도 모르게 네버랜드까지 오게 된 아이. 진짜 청룡이 아이들을 태우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본 순간, 미아는 집에서 기다릴 엄마는 까맣게 잊었다. 바다거북만한 풍뎅이를 타고 날아오르고, 지네열차를 타고, 무지개 다리 위를 건널 수 있다니! 노란 나비떼가 수놓은 들판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늘 혼자였던 미아는 친구들도 사귄다. 네버랜드에 대해 가장 많은 걸 알고 있는 까막이를 비롯해 너구리, 꼬꼬양 등 제 생김새와 취향에 어울리는 별명을 가진 아이들. 그들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어른들을 미워하거나, 반대로 무척 그리워한다는 점. 궁금증이 채 풀리지도 않았는데, 미아에겐 뜻밖의 일이 펼쳐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나는 행진곡. 화려한 음악과 축포 소리에 아이들이 일제히 달려가는데, 그 순간 까막이는 미아의 손을 잡고 그 반대쪽으로 도망친다.
까막이는 미아에게 아주 놀라운 비밀을 들려준다. 행진이 한 차례 진행되고 나면 그곳으로 달려갔던 아이들이 모두 사라진다는 사실을! 실제로 두 아이는 엄청난 장면을 목격한다. 행진을 멈춘 광대들이 오색연기를 뿜어내자 아이들이 일제히 나비로 변신해 하늘로 날아오른 것이다.
미아의 네버랜드가 지닌 진실은 무엇일까. 그곳은 사고와 질병, 학대 등의 이유로 짧은 생을 마감한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신나게 뛰놀다 가는 낙원이었다. 네버랜드 인솔자인 깜박두더지의 실수로 이곳까지 온 미아가 결국 나비가 되어버린 까막이와 이별하는 장면에선 콧등이 시큰하다. ‘사고 천국’인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비애가 담겨서일까. ‘아이들이 죽으면 나비가 된다’는 한국적 시심을 바탕으로, 작가는 마음껏 놀아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이 땅의 어린 영혼들을 위해 한 편의 진혼곡을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