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마리아 (35·첼로), 루시아 (35·피아노), 안젤라 (33·바이올린). 재미(在美) 세 자매 삼중주단 ‘안(Ahn) 트리오’가 서울에 왔다. 뉴욕에서 수필가로 활동하며 딸 셋을 연주자로 키운 이영주(58)씨가 함께 와, 수필집 ‘내 인생의 삼중주’(크레디아 펴냄) 출판기념회를 세 딸의 31일 공연 직전 호암아트홀 로비에서 갖는다.
안 트리오는 지난해 미국 대중문화 잡지 ‘피플(People)’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올랐다. “피플지 기자가 아이들의 아름다움의 원천이 무어냐고 묻기에, 딸을 연주자가 아니라 온전한 인간으로 키웠다고 말했습니다.” 이영주씨는 “음악인 이전에 아름답고 고운 품성으로 곧게 자란 딸들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안 트리오 세 자매는 한국서 태어나 1981년 뉴욕 줄리아드음악원 예비학교에 입학, 미국으로 갔다. 줄리아드음악원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주무대를 누비던 세 자매가 트리오로 뭉쳐낸 실내악 CD ‘둠키’(EMI)는 98년 독일 유수 음반상인 에코(Echo)상을 받았다. 남다른 패션감각, 톡톡 튀는 감성적 에너지로 잡지 ‘보그’, 유명 패션 브랜드 ‘앤 클라인’ ‘갭’의 모델로도 활동했다.
마리아와 루시아는 일란성 쌍둥이다. 이영주씨가 아이들을 위해 처음 한 일은 집안에 클래식음악(방송)이 늘 흐르게 한 것. 이씨는 “클래식음악이 정서를 순화시키고 머리도 좋게 만든다는 어느 학자의 칼럼을 내가 좋아하는 하느님 다음으로 믿었다”고 했다. 안젤라에게는 바이올린을, 루시아는 피아노, 마리아에게는 첼로를 안겼다.
마리아와 안젤라는 미국에 도착하던 해 구입한 악기로 2002년까지 연주했다. 값싼 첼로로 마리아는 필라델피아·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 주빈 메타 등의 지휘로 협연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87년 세 자매를 ‘아시아의 신동들’로 소개했다.
“전 아직도 돌아가신 도로시 딜레이 선생님의 레슨비가 얼마였는지 알지 못합니다. 줄리아드음악원의 딜레이 선생님은 제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것을 알고는 아이들의 레슨비를 한 번도 받지 않았습니다. 줄리아드의 강효 선생님도 작은 정성의 레슨비마저 되돌려주면서 ‘안젤라가 활을 바꿀 때 보태라’고 격려했어요.”
안 트리오는 연주실력 못잖게 반듯한 품성으로 이름 높다. 줄리아드음대에선 실기만이 아니라 인성교육의 성공사례로 안 트리오를 꼽는다고 한다. 언젠가 아스펜음악제 때 장영주의 어머니가 한국 학생들을 불러다 저녁을 해 먹였는데, 다른 아이들이 “잘 먹었어요, 고마워요”하며 돌아갈 때, 안트리오 세 자매는 끝까지 남아 설거지며 정리를 했다고 전한다.
클래식은 물론 대중적 음악을 거침없이 연주하는 안 트리오의 음악적 정체성에 대해 안젤라는 “클래식의 대명사로 통하는 모차르트나 베토벤도 그 당시엔 현대음악이었듯, 우리는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클래식’을 한다”고 했다. 안 트리오는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서 파슨스 댄스 컴퍼니와의 공연을 비롯, 울산(30일·현대예술관) 서울(31일·호암아트홀) 연주회에서 ‘튀는’ 클래식음악회를 꾸민다.
이영주씨는 한국에서 신문기자로 일했고, 재미 한인학교협의회 출판부장, 한국수필가협회 뉴욕지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수필가협회가 주는 제1회 해외한국수필문학상을 지난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