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사랑의 미로’ 준비됐죠. 하나, 둘, 셋”

“그토록 다짐을 했건만 사랑은 알 수 없어요….”

지난 23일 오전11시 인천종합문예회관 소공연장. 주부들로 가득 찬 524석의 공연장은 온통 합창 소리와 웃음으로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30~50대가 많지만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도 적잖게 눈에 띈다.

“자, 이젠 목이 완전히 틔게, 두손을 모아 입에 대고 큰 소리로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그러면 이젠 손뼉을 치면서 하는 겁니다. ‘청춘을 돌려다오’ 다 알죠? 하나, 둘, 셋.”

“청춘을 돌려다~오.”

마치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가는 버스 안처럼 ‘아줌마’들은 두어 곡의 노래를 부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10대의 ‘오빠부대’로 바뀌어 있었다. 뒤편 자리 한 곳에는 아이를 포대기에 쌓아 데리고 온 주부 둘이 우유를 먹이면서도 흥에 겨워 고개를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이선화(李善花·40·구월동)씨는 “백화점 노래교실 같은 곳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인데 여기서는 실컷 웃으며 노래하니까 한번 오면 안에 쌓였던 것이 싹 가신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2001년부터 열고 있는 ‘여성 노래부르기 교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부층을 겨냥한 이 행사는 3월~11월(7~8월은 쉼)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부터 100여분 간 무료로 열리며, 누구든 그냥 시간에 맞춰 찾아오면 된다.

강사는 20여년 경력을 가진 최재구(崔在九) 한국여가레크리에이션 인천협회 전무. 최 전무는 구성진 입담과 매끄러운 진행으로 한껏 분위기를 돋운다. 사이사이 가벼운 스트레칭과 레크리에이션 시간도 곁들여진다.

“요즘 도시의 주부들에게 소리 한번 크게 지를 곳이나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요. 그래서 여기 오는 분들에게는 마음껏 소리 지르시라고 말하곤 하죠.”

최 전무는 “주부가 스트레스를 풀어야 가정도 건강해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루에 부르는 노래는 10~12곡 정도. 이전에 배운 노래를 복습하고 2곡 정도 새로 배운다.

노래를 누가 잘 하느냐 하는 것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고, 누구든 함께 분위기에 취해 웃고 소리 지르다 가면 그만인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줌마’들은 흡족한 표정이었다.

시간이 끝나고도 여전히 흥이 남아 콧노래를 부르던 문미라(文美羅·38·구월동)씨는 “주부들이 괜스레 집에서 수다나 떠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한 시간이라 일주일 내내 기다린다”며 “시가 좀더 투자를 해서 한여름이나 겨울철에도 쉬는 날 없이 계속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