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외신들은 이라크에서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가 서로 으르렁거리며 배척하는 모습을 전하곤 한다. 그러나 이라크 최고 명문인 알 나레인(구 사담 칼리지) 대학에서 만난 알리 압바스 알 주메일리(48) 정치경제학과 교수는 “두 종파 간 갈등이란 것은 전쟁 후 당신 같은 외국인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막상 이라크 사회를 들여다보면 수니·시아파 간 결혼은 너무나 흔하다. 소수인 수니파 출신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인구의 60%인 시아파를 박해하지 않았느냐고 하면, 바그다드에선 시아파 시민들조차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사담이 잔인하게 대한 것은 누구든 자신의 반대세력이었지 종파와는 무관했다는 얘기다.
시아파인 컴퓨터 프로그래머 알리 모하마드 알자나디(30)의 아버지는 시아, 어머니는 수니파다. 그는 “전후 초기엔 바트당원이란 이유만으로 경험있는 관리자들을 다 쫓아내 나라를 멈추게 한 미국이 이제는 시아·수니·쿠르드족·투르크만 등으로 또 다시 이라크인들을 찢어 놓는다”고 흥분했다.
하지만 많은 이라크인이 강하게 부인하는 구성원 간 갈등은 갈수록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16일 바그다드의 무스탄시리야 대학 교정에선 시아파 학생들이 “이맘 후세인(시아파가 믿는 예언자 무하마드의 정통 후계자)이 희생된 이 달 내내 학교 매점은 문을 닫으라”고 시위했다. 북쪽 쿠르드족 자치지역 내에선 자신들에게 불리한 헌법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자 곧바로 이라크 국기를 태웠다.
원로 건축가인 파만 압둘살람(82)씨는 “내 평생에 이렇게 서로 미워하고 의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라크 전쟁 1년. 그 ‘해피 엔딩’은 멀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