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사실과 다르게 꾸며서 하는 말’인 거짓말은 일종의 현실 왜곡 행위이며, 더 나아가 자신만의 은밀한 팬터지를 구축하는 수단이다. 영화에는 이렇게 거창하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한 거짓말들이 종종 등장한다.

◆굿바이 레닌

사회주의의 열렬한 신봉자인 어머니가 8개월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자, 아들 알렉스는 그녀가 베를린 장벽 붕괴 등 그간의 동독 몰락 과정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거짓말을 한다. 품절된 동독제 식료품들을 찾아내 상을 차리고, 콜라가 50년대에 동독에서 발명된 것이라는 둥 서독의 난민이 동독으로 넘어온다는 둥 가짜 뉴스까지 만들어 어머니가 누워 있는 방만큼은 번영 일로에 있는 동독으로 변모시킨다. 어머니를 위한 선의의 거짓말에서 시작된 이 ‘연극’은 실은 알렉스가 꿈꿔왔던 이상적 국가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어린 시절 꿈이었던 우주비행이 실현되지 않은 것처럼 현실에선 절대 실현되지 않을 유토피아를 허위로나마 이뤄보는 것이라고 할까.

◆트루먼 쇼

한 남자의 일상이 가감 없이 생방송되는 ‘트루먼 쇼’도 하나의 새빨간 거짓말이다. 지상 최대 규모의 세트, 모든 사람들이 리얼하게 거짓말을 하는 그 진짜 같은 가짜 세계에서 단 한 명의 ‘진실한(true)’ ‘남자(man)’인 트루먼(Truman)이 살아간다. 한 사람의 인생을 무위로 돌리는 그 가혹한 거짓말을 가능케 한 건 제작자 크리스토프의 독선. 그는 현실의 세상은 더 이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 역겨운 곳이지만 자신이 만든 세상은 천국이라고 확신한다. 현실에 대한 혐오가 시헤이븐이라는 완벽한 이상사회의 팬터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모든 걸 알게 된 트루먼이 세트 밖으로 나옴으로써 결국에는 그 팬터지가 깨지긴 하지만 말이다.

(오영재·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