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5일 “탄핵무효 촛불시위는 불법이고 주최자를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날도 서울 광화문에서는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시위가 사흘째 계속됐다.
경찰의 사법처리 방침으로 탄핵반대 촛불시위 강행을 주장하는 시위대와의 충돌이 우려됐지만, 당초 1만2000여명이 참석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시위 참여 숫자는 전날에 비해 10분의 1로 줄어든 3500여명(경찰추산)에 그쳤다.
시위인파가 교보문고 앞 1개 차선을 불법으로 차단했으나 경찰은 특별한 제재를 가하지 않았고, 시위주최 측에서 오히려 ‘경찰통제에 잘 따라 주십시오’ ‘오늘은 인도에서만 집회를 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집회 참석자들을 통제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이 ‘노사모’와 시민단체에 시위를 자제할 것을 요청했고 당원들에게 시위 참석을 자제해달라는 주문이 상당히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시위를 조직적으로 주도한 멤버들이 공권력과의 갈등을 피하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경찰청은 기자회견을 통해 “15일까지 개최된 집회는 사전신고하지 않은 미신고 집회로 당연히 불법이며 따라서 시위 주최자는 사법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13일부터 14일까지 광화문 등지에서 연 집회와 관련, 불법집회로 보고 주최자 10명에게 출석요구서를 이미 발부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미신고 집회 주최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16일부터는 집회신고가 되어 있으나, 촛불시위처럼 ‘야간집회’는 그 자체로 불법이다. 집시법 10조는 일출시간 전과 일몰시간 후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경찰은 2002년 하반기 광화문 일대에서 연일 밤늦게까지 계속된 ‘여중생 추모 촛불집회’와의 형평성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여중생 집회는 ‘추모’를 위한 종교행사로 간주해 집회를 허용한 것”이라며 “종교·체육·문화 행사는 집시법 규정상 신고의 대상이 아니지만 탄핵반대 촛불시위는 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경찰이 집회주최자를 사법처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위 자체를 막을 수단이 없는 형편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집회의 경우 명백한 폭력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불상사를 우려해 강제해산을 실시한 적이 없다”며 “최대한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인도에서만 집회를 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불법시위에 대해 ‘집회종결선언 요청 자진해산 요청 해산명령(3회 이상) 직접해산(강제해산)’의 순서로 대처하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탄핵무효 범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서주원 사무총장은 “여중생 촛불시위는 추모이기 때문에 괜찮고 탄핵무효 집회는 정치집회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경찰의 논리는 어불성설”이라며 “그런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16대국회 장례식’을 치렀으니 이번 시위도 ‘추모집회’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서 사무총장은 “ ‘탄핵무효 범국민행동’에는 정당이나 특정정치인을 지지하는 ‘노사모’ 등 단체의 참여는 배제했다”며 “시민들이 탄핵을 반대하는 분노는 자발적인 것이기 때문에 경찰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집회참여를 호소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한편, 집회 현장에서는 자원봉사자 1000명 이상이 ‘질서유지반’으로 나서 경찰의 폴리스라인을 지키도록 유도하고 집회 종료와 동시에 참가자들이 주변의 쓰레기를 모아 정리하고 있다. 촛불시위가 정치적 역풍(逆風)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