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수감사절 때 이라크를 깜짝 방문했던 부시 대통령은 유세 때마다 테러와의 전쟁을 강조하고 이라크전쟁을 옹호한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목소리에는 어딘지 힘이 빠져 있다. 지지부진한 이라크 전후(戰後) 처리로 인해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었으며 그나마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온건파’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지난주 특집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탈출 전략’이다. 그런데 이라크에 들어가기보다 나오기가 어렵다는 게 기사의 결론이다.

‘제2의 베트남’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정보 판단에 오류를 범한 중앙정보국(CIA)의 코는 석자나 빠져 있다.

이런 부시 행정부를 코너로 모는 게 민주당과 반전단체들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존 케리는 곧 자신의 팀을 이라크로 파견, 부시의 실책을 만회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장담한다. 오는 20일 대도시에서는 수십만 인파의 반전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시위자들은 텍사스 크로포드의 부시 목장에도 몰려간다. 시민단체인 ‘반전연대’는 최근 성명에서 “이달 현재 이라크에서 사망한 미군은 550여명, 부상자는 3000여명이고, 비용은 1000억달러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상·하원은 행정부 각료들을 몇 차례씩 불러 청문회를 가졌다. ABC방송의 간판 앵커인 피터 제닝스가 현지 방송을 하기 위해 이라크로 날아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CBS의 댄 래더도 급히 이라크 출장 계획을 세웠다. 워싱턴의 월터리드 군인병원에는 신문사들의 특집 취재 신청이 수십건 밀려 있다.

이런 소란을 지켜보며 진정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들은 군인 가족들이다. 그들은 늘어가는 사상자 수에 냉가슴을 앓고, 전쟁 자체에 진저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바그다드의 미군 사기는 비교적 높다고 한다. ‘밀리터리 타임스’가 장병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부시 지지도가 56%로 집계됐다.

서점 한구석을 가득 채운 이라크 서적들 중에도 미국민의 애국심을 얘기하는 책들이 적지 않다. 지난 4일 ABC방송 ‘나이트라인’의 사회자 테드 카플은 “미국인들은 기념일을 잡아서 그동안 뭘 성취했는지, 뭘 실패했는지 따져보기를 좋아한다”면서 “3월 20일까지는 미 전역이 이라크전을 주제로 떠들썩한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