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려고 외출을 했는데 주머니엔 달랑 1000원짜리 한 장밖에 없다면? 출출한 뱃속을 달래려고 집을 나섰는데, 이런! 지갑 속엔 단돈 1000원뿐….
1000원 갖고 뭘 하겠냐며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실 생각이라면 천만의 말씀이다. 장기적인 불황 속에서 1000원의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1000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자.
◆1000원방=최근 문을 연 논현역 부근의 한 인터넷 보드카페는 기존의 다른 카페들과 간판부터 색다르다. '천상천원'(天上泉原·3442-6216)이란 이름의 간판 밑에는 '천원에 대한 편견을 버리세요-이황 선생님 놀아 줘요'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PC사용과 보드게임, 게임(PS2) 등을 즐기는 가격은 하루 종일 단돈 1000원. 카페에서 파는 커피, 음료수, 샌드위치의 가격도 각각 1000원 한 장이면 족하다. 김동인 사장(31)은 “이곳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1000원으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박리다매(薄利多賣)죠. 하루 종일 앉아 있을 수 있다고 진짜로 하루 종일 계시는 손님은 드물거든요.”
재미있는 건 가게 한쪽에 아기자기하게 진열되어 있는 ‘추억의 먹거리’들. 쫀드기, 아폴로, 어포….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옛날 ‘불량식품’(?)들이 즐비하다. ‘뽑기’도 있다. 다섯 개에 1천원씩 묶어서 판다고 한다.
◆초저가 화장품=얼굴에 바르는 것이니 만큼 함부로 살 수 없는 게 화장품이다. 결혼하고 주부들이 가장 먼저 줄이는 지출이 화장품 비용이라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여기 손 작아진 주부들도 성큼 집어들 수 있는 몇 천원대 화장품이 있다. ‘미샤’(에이블 C&C) ‘더 페이스 샵’ ‘캔디샵’(보브) ‘도도클럽’(도도화장품)이 그것이다.
초저가 화장품 매장의 선두주자는 ‘미샤’로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제품이다. 제일 싼 제품은 200원(연필깎이)이고, 제일 비싼 제품도 9800원(레티놀 화장품)으로 1만원을 넘지 않는다. 대부분의 제품이 3300원이다.
현재 전국에 70여개 매장이 있고 서울, 수도권 지역에만도 30여개의 매장이 있다. 대부분의 초저가 화장품은 인터넷 매장에서 시작해서 오프라인 매장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인터넷 주소 창에 제품 이름만 쳐도 매장위치나 연락처를 쉽게 알 수 있다.
◆1000원 먹거리=출출하다면 지금 당장 1000원 한 장을 들고 길거리로 나가보라.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만두 한 판이나, 고슬고슬한 밥을 막 말아 놓은 김밥 한 줄 사이에서 무얼 선택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길거리에서 조그만 좌판을 열어 파는 일명 길거리 매점에선 1000원 먹거리가 한창이다.
‘만두생각’(www.scmandu.co.kr)이나 ‘만두 만만세’(www.manmanse.co.kr), ‘만두나라(www.mandoonara.co.kr)’에서는 만두 한 판에 1000원이다. 즉석에서 만든 생만두라 맛도 좋다. 1000원 만두의 뒤를 이어 요즘은 ‘맛밥 김밥’(www.mbfc.co.kr) ‘김천만천’(www.gim1000man1000.co.kr) 같은 1000원 김밥도 사랑받고 있다.
◆1000원 마트=아내나 친한 친구의 생일인데 지갑 두께가 얄팍하다면 이곳을 가보면 어떨까. 1000원 매장으로 유명한 다이소(www.daiso.co.kr)는 일본에서 직수입한 생활용품 할인점으로 모든 물건이 500원에서 2000원 사이이다. 서울에만 5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생활용품이나 선물용 인테리어 물품들을 1000원에 살 수 있는 쇼핑몰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 러스코(www.lusco.co.kr)는 ‘천원으로 사는 세상’이라는 가격 할인 사이버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재떨이 보석함 자전거열쇠 야광장식품 등이 모두 1000원에 판매된다. ‘골라골라 천원마트’(www.ok99.co.kr)는 1000원부터 9900원대까지 가격별로 물건을 묶어서 판매하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이다.
‘천냥 하우스’(www.shockingdcmall.com)에는 1000원도 없는 사람들을 위한 ‘백냥 하우스’라는 코너가 따로 있다. 1000원 미만의 물건들을 파는 곳이다.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할 때는 배송비를 잘 따져봐야 한다. 잘못하면 물건값보다 배송비가 곱절로 들 수도 있으니까….
(강승희·메트로팀 여성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