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지난 11일 밤, 유럽의 현대 무용계를 강타했다는 벨기에 무용단의 ‘믿음(Faith)’을 서울에서 보았다. 뉴욕 9·11 테러를 소재로 현대인의 일상 속에 깃들어 있는 공포, 인간의 인간에 대한 잔인함, 교활하고 냉혹한 갖가지 폭력의 형태들을 드러낸 것인데 무용을 하는 나도 견디기 힘든 파격이었다.

한 저명한 평론가가 “하늘같이 넓은 비전, 독수리같이 날카로운 시선, 사회를 향한 열린 마음”이라고 평가했지만, 필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피와 망치, 섹스와 폭력 등이 ‘난무’하는 자학과 가학의 몸짓이었다. 일상을 반영했다기보다 일상을 과장, 왜곡한 것으로 보였다.

리셉션 자리에서 한 연출가와 유럽인들이 이처럼 파격적인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를 화제로 삼았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 작품은 한국인의 코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대 예술에 관한 한 한국인들은 정형화된 아름다움을 선호한다. 실험적인 작품보다는 클래식 발레를 선택한다. 한국 사회가 충격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극장 안에서만큼은 정서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다.

장선희

반면, 유럽의 관객들은 일상적 삶이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극적인 작품일수록 큰 박수를 보낸다.

공연을 보고 돌아와 마감 뉴스를 보았더니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이었다. 대통령의 기자회견, 탄핵 정국, 투신 자살, 분신, 전투기 충돌, 산불, 황사…. 아나운서는 ‘날이 밝기가 두렵다’는 멘트로 뉴스를 맺고 있었다. 우리는 언제쯤 폭력 이미지가 낭자한 도발적인 작품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안정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장선희·세종대 무용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