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인생'의 한장면

22억원을 들여 제작한 한국영화의 주인공들을 모두 초등학교에 재학중인 아역 배우들이 맡았다. 위기철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아홉살 인생’(윤인호 감독·26일 개봉)이 화제의 영화. 70년대의 경상도 산동네 초등학교 3학년 교실을 주요 배경으로 삼아 어린이들을 중심에 놓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풍경화로 한 시절을 추억하는 이 영화엔 아홉살 남녀 학생들끼리의 ‘사랑’이 관객들을 미소짓게 한다. 학급의 대장 백여민역을 맡은 김석군, 이 남학생의 마음을 사로잡는 서울출신 여학생 장우림 역 이세영양, 그리고 장우림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여학생 오금복 역 나아현 양등 세 아역배우를 만났다.

극중에서 ‘아홉살 인생’을 연기했지만 세 명 모두 6학년에 재학중인 ‘열두살 인생들’이다. 이들은 영화속에서 이만희가 각색한 맛깔난 극본속의 고난도 대사들을 어른 뺨치는 감정으로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냈다. 셋 중 4살 때 아역배우 생활을 시작한 이세영 양과 ‘넘버3’ 등 몇편의 영화에 나온 김석 군은 경력배우지만 이아현양은 연기 신인.

―이 영화처럼 초등 학교 남학생 여학생이 그렇게 좋아하고 사귀고 하나?

이아현=요즘은 21세기에요. 좋아하면 커플링도 서로 주고 커플 옷도 입고 그래요. 저도 받아본 적 있구요,

이세영=5학년 때 우리반 수업시간에 어떤 남자 아이가 옆자리 여학생에게 기습 키스를 한 적도 있어요. 그리고 석이 얘 바람둥이에요. 촬영한 아역배우들 사이에 스캔들도 몇번 났어요.

김석=얘들이 배가 고픈가. 헛소리 삑삑 하고 있네! 그냥 입이 가벼운 아이들이 한 말이 퍼진거지. 진짜로 영화 찍은 아이들하고 사귀고 그런 적 없어요. 제가 학교에서 좀 인기가 있는 건 사실이죠.

세영=근데, 영화에서 나 하나를 놓고 남자애 둘이 좋아하는 영화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남자 애 하나 놓고 여자 둘이 좋아하는 거라 마음에 안들었어요

아현=나도 기분 나빴어요

세영=영화를 보니 내가 덜 예쁘게 나왔다하면 잘난 척한다고 하실 거고, 예쁘게 나왔다하면 실물이 못한 게 돼서 말하기 어렵지만, 영화가 하여튼 잘 나왔어요.

‘아홉살 인생’의 주연배우 이세영양 김석군 나아현양(오른쪽부터). 이들은 영화 속에서처럼 꾸밈없고 짓궂었다. (주완중기자 wjjoo@chosun.com)

―어려운 일도 많았나?

아현=선생님이 막대기로 제 머리를 톡 치는 대목이 있는데 자꾸 NG가 나서 50대를 맞았어요.

세영=제가 수영을 못하는 데요. 토끼 잡으려다 물에 빠지는 장면에서 물을 먹어 죽는 줄 알았어요.

석=맞는 건 나만큼 맞은 사람있어? 선생님께 따귀를 맞다가 발길질에 차이기도 하고….

(김석 군은 이 장면을 찍곤 응급실에 실려가 치료받았다. 그는 촬영장에서 쓴 일기에 “모두 31대를 맞았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영화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렇게 고생했으니 영화가 대박나야 할텐데’라고 썼다.)

―라스트의 백여민과 장우림의 뽀뽀 장면이 귀엽게 찍혔다.

석=한 10번쯤 뽀뽀를 했어요. 기분은 좋았죠.

세영=전 기분 나빴어요. 살살 하는 게 아니라 뺨을 입술로 때리듯이 했으니.

석=야,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냐? 감독님이 갑자기 키스를 하라고 해서 그랬지.

아현=처음엔 배우 한다니까 애들이 부러워하는 거 같았는데 나중엔 학교 빠지고 그러니까 “야 너 잘난척 하지마”해요. 이러다 왕따시키는 거 아닌가 생각도 되고.

세영= 맞아 그런 어려움이 있어요

―출연료 받으면 어디에 쓰나?

석=전 승마 선수에요. 이번에 받은 돈으로 말 사는데 보탤 거에요.(그는 학생 승마대회에 입상한 적도 있다) 땅도 좀 사둘 거에요. 마장(馬場)도 만들고 싶어요. 연기도 하고

말도 타고 살 거에요.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는 스타일이거든요.

아현=저는 수영 선수여서 10만원도 넘는 선수용 수영복 살 거에요.

세= 돈 버는 거 통장에 넣어놔요. 나중에 특별한 일에 쓸 거에요. 나중엔 외국어도 열심히해서 리포터가 되고 싶어요. 왜냐하면 전국을 다니면서 맛있는 별미를 공짜로 먹을 수 있잖아요.

석=야, 공짜로 먹는 게 아니고 돈을 받고 먹는거야.

세영=석아, 넌 이 다음에 네가 직접 영화 만들어 봐. ‘복수혈전’ 만들어서 주인공한 이경규 아저씨처럼 감독 제작 주연 다 해야지 네가 하고 싶은 역을 할 수 있어.

이아=연기가 재밌어요. 특히 남들 잠자는 밤에 밤장면 촬영하는 게 좋아요.

세영=아현아, 요즘 세상 무섭다. 너 밤에 잘못 다니면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