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코미디 ‘어깨동무’(12일 개봉)는 연출자인 조진규 감독 말 그대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개그와 활극과 드라마가 극적 필연성보다는 관객들에게 심심한 틈을 조금이라도 주지 않으려는 배려와 계산 아래 배합돼 있다. ‘조폭마누라’를 흥행시켰던 조진규 감독은 이번엔 ‘가문의 영광’의 시나리오 작가 김영찬과 손잡고 촌스러운 이류 인생들의 좌충우돌이란 코미디에 폭력 액션의 재미를 밀어넣었다.
시류를 의식한 듯, 이 영화는 ‘정치자금 비리’ 때문에 빚어지는 소동을 소재로 삼았다. 되는 일이 없던 조직 두목 김태식(유동근)은 검은돈 수수 현장이 찍힌 엄청난 비디오 테이프를 손에 넣어 대기업 회장으로부터 크게 한몫 챙기려 했는데 일이 꼬인다. 이 테이프가 로커를 꿈꾸는 어리버리한 동네 청년 나동무(이성진)에 손에 들어간 것. 태식과 그의 부하 꼴통(이문식) 등이 테이프 회수작전에 나서고, 와중에 형사 신분증까지 손에 넣은 폭력배들이 경찰관 행세까지 하면서 사건은 점입가경이 된다.
하지만 영화의 초점은 문제의 비디오 테이프를 과연 누가 차지할 것인가 따위에 있지는 않다. 영화가 중반을 넘기면 테이프를 둘러싼 에피소드는 슬그머니 뒷전으로 퇴장하고 대신 이류인생들의 배꼽잡는 코미디와 활극이 전면에 나선다. 능청스런 저음으로 상소리 섞인 대사들을 애드리브처럼 툭툭 던지는 유동근, 안 해도 되는 일만 꼭 저지르는 꼴통역 이문식 등 조폭연기에 이력이 난 베테랑들 호흡에 NRG 이성진이 무난한 연기로 박자를 맞춘다.
평소 경찰 모습을 너무나 가까이 봤기에 너무나 실감나게 경찰 흉내를 내는 조폭들의 익살, 한탄을 해도 “우린 ×됐다!”로 하고, 어른에게 “손자 ‘이빠이’ 안겨드릴게요” 라고 말하는 상스런 언어의 유희들, 못마땅한 아들 얼굴을 밥상머리에서 파리채로 기습가격하는 막가파 아버지(김무생) 등 감초 같은 주변 인물들의 자극적 코믹 액션이 이 영화가 갖는 오락성의 알맹이들이다. 이건 충무로 조폭 코미디들의 특징에서 별로 벗어나는 게 아니다. 비디오를 손에 넣은 청년의 형이 하필이면 이 사건의 핵인 정치자금 비리 수사 검사라는 식의 우연이 남발되고, 스토리 전개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역시 이 장르의 한국영화에서 반복체험한 특징들과 너무나 닮아있다.
조폭이 험상궂기만 한 게 아니라 얼마나 우스운 존재들일 수도 있는가를 처음 알렸던 코미디에선 첫 페이지를 넘기는 신선함이 있었지만, 동어반복에 가까운 ‘어깨동무’를 보면서 그런 긴장감을 갖기는 어렵다. 식상해도 진부해도 좋으니 그냥 한바탕 부담없이 웃다가 극장문을 나오고 싶다는 사람에게라면 제격인 오락영화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