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얘기해 보자. 만약 당신이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머리 좋고 일 잘하는 사람과 얼굴·몸매가 뛰어난 사람 중 어느 쪽으로 태어나고 싶은가? 만약 당신의 대답이 후자 쪽이라면 왜 그런가?
요즘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최고의 단어 중 하나는 ‘몸’이다. 연예인 누드 열풍에 성형미인·얼짱·몸짱 신드롬에 이르기까지, 몸은 가장 매혹적인 상품이자 즐거운 게임이 됐다. 한국 사회에서도 몸은 보여지고 감상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와 권력을 위한 최고의 자본(資本)이 되고 있는 셈이다.
작년 한 해 가수 이효리(25)가 ‘몸’으로 벌어들인 돈은 70억~80억원에 달한다. 가장 큰 수입원은 광고. 삼성전자·트라이·비오템·도브초콜릿·엔크린 등 10여편의 CF 출연료로 40억원을 벌었다. 또 18만장이 팔린 최신 음반 1장당 1200원씩 총 2억1600만원을 받았다.
그녀는 영화 ‘삼수생의 사랑 이야기’로 출연료 4억원과 성과급에 해당하는 러닝개런티를 받을 예정이다. 노래 두 곡을 부르는 이벤트에 참가할 때마다 그녀가 받는 돈은 3000만원 안팎. 굳이 계산하자면 무대에 서는 1초당 10만원씩 받는 셈이다.
가수 이효리가 창출하는 순익은 굿모닝신한증권, 동양화재 등의 기업이 1년간 벌어들이는 규모와 맞먹는다. 가히 ‘이효리 주식회사’라고 부를 만하다.
얼굴과 몸 덕을 보는 것은 연예인들뿐만이 아니다. 런던 길드홀 대학의 배리 하퍼 교수는 얼굴과 몸매가 매력적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성공을 거둔다고 최근 조사에서 밝혔다.
33세의 동갑내기 남녀 1만1000명을 조사한 결과, 보기 싫은 외모를 가진 남성이 평균 남성에 비해 15% 정도 대인관계나 소득 수준에서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대인관계가 중요한 영업직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외모에 대한 인식은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다. 제일기획이 2002년 성인 여성 2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용모가 인생의 성패에 크게 작용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68%에 달했다. ‘외모를 가꾸는 것은 멋이 아니라 꼭 필요하기 때문(78%)’이며, ‘외모에 신경을 쓰고 외출하면 사람들이 더 친절하게 대한다(69%)’는 것이다.
사실 ‘몸’이 부와 권력을 쥐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빨리 주목한 사람들은 여성들이다. 정치와 기업, 학계 등에서 남성들에게 제도적 차별을 받았던 영리한 여성들은 실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는 ‘몸’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가수·탤런트 등 연예계뿐만 아니라, 박세리·조수미·나윤선 등 음악·운동·미술 등 몸을 활용한 각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 성악가 조수미씨는 “정신뿐만 아니라 몸도 철저하게 관리를 하지 않으면 정상에 설 수 없다”고 했다.
여성들의 몸에 대한 열망은 전 세계 뷰티 산업을 불황에도 해가 지지 않는 황금거위로 만들었다. 골드만삭스는 화장품·성형수술 등 전 세계 뷰티 관련 산업의 시장 규모가 총 240억달러(한화 28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경기 변동에 상관없이 매년 7%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 성장세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골드만삭스의 자크 프랑크 도신 애널리스트는 “미국인들은 해마다 교육비로 쓰는 돈보다도 많은 금액을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서구에 이어 이제 중국·러시아·한국 등도 여성들의 요구에 의해 거대한 뷰티산업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 기획취재팀
허인정 사회부기자(팀장) njung@chosun.com
이규현 문화부기자 kyuh@chosun.com
김남인 사회부기자 artemi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