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6시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서울 잠원동의 한 고층 빌라 6층. 오는 20일 MBC TV ‘장미의 전쟁’을 통해 1년5개월여 만에 다시 시청자를 찾아갈 탤런트 최진실의 집을 찾았다. 세 살난 아들 환희가 “끼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뛰어나온다. 흰 내의를 입은 아이는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던 참이었는지 숨소리가 가빴다. 뒤따라 나온 최진실이 “아저씨한테 인사해야지”라고 말하자, “안녀하세여”라며 생글생글 웃는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오랫동안 쉬면서 암담했어요. 이리저리 엉켜버려 어떻게 풀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 털실 앞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죠. 용기를 낸 것은… 아이들 때문이었어요. 엄마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회색 트레이닝복과 반소매 면 티셔츠 차림의 최진실과 안방에서 마주앉았다. 한쪽 벽에 붙어 있는 십자가가 눈에 들어 왔다. “매일 밤 십자가 밑에서 기도해요. 비록 아버지가 없어도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밝게 자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죠.”

‘장미의 전쟁’에서 최진실은 순수한 사랑의 감정으로 결혼했지만 무능한 남편을 답답해하며 갈등을 빚은 끝에 이혼 위기까지 맞는 산부인과 의사 미연 역을 맡았다. 캐스팅 제의를 하며 연출자 이창순 PD는 이렇게 말했다. “이혼 직전까지 가는 부부문제를 다루는데 괜찮겠어?” 그러나 최진실은 단호했다. “감독님, 제가 문제 많은 부부생활을 표현할 수 없다면 행복한 부부의 삶도 연기할 수 없어요.”

최진실은 쉬는 동안 “이 안에서는 행복했다”고 했다. ‘직업적 특성’을 살려 시간 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구연동화(口演童話)를 들려주는 게 그녀 특유의 자녀 교육방식이었다.

어린 환희 입에서 튀어나오는 문장이 조금씩 길어지는 게 마냥 대견하다고 말하는데, 목소리 톤이 부쩍 높아졌다. “과자를 달라고 조르면서, 어느 순간 ‘엄마 사랑해요’ 이러는 거예요. 안 줄 수가 없었죠. 그런데 요즘은 ‘엄마 이 세상에서 제일 제일 사랑해요’라고 해요. 문장에 붙는 단어가 늘어나는데 얼마나 예쁜지….”

그러나 “제가 아무리 잘해도 아버지의 빈자리는 분명히 있다”고 말하는 최진실의 얼굴에 이내 그늘이 드리워졌다. “집안에 남자가 없어서 그런지, 기저귀를 뗀 환희에게 서서 소변보는 걸 가르치는 데 힘들었어요. 유아원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아이에게 ‘아빠가 있으면 더 멋진 폼으로 가르쳐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코끝이 시큰해질 때도 많고요.”

최진실은 지난달 29일 딸 수민이 돌잔치를 찾았던 남편 조성민에 대해 “쉽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해준 것 같아 고마웠다”고 말했다. 조성민은 매주 한 차례씩 집을 찾아 환희와 부자(父子)의 정을 나눈다고 했다.

최진실은 5월부터는 스릴러 영화 ‘메모리’ 촬영도 시작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꿈이었던 연기자로 살아가는 것이 그저 행복할 뿐이라는 그녀는 “굳이 주연이 아니라도, 역할에 상관없이 작품을 보고 활동하고 싶다”며 환희를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