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위원장 이강숙)는 8일 기자회견을 갖고 2005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번역 전시할 100권의 도서 목록을 발표했다.< 표 참조 > 그러나 정부와 출판계가 2005년 10월 독일에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참가를 계기로 선정한 ‘한국의 책 100권’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들이 모두 빠진 것으로 드러나는 등 번역 대상 도서 전반에 대표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규모의 책전시회인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의 2005년도 주빈국으로 정해지자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한국 출판물 해외 진출 활성화의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 도서전에 전시할 100권의 책을 번역 출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도서 목록에는 박경리 고은 최인훈 이청준 황석영 이문열 등 이른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명단이 모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지우 선정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번 선정에서는 우수한 작품일지라도 이미 여러 외국어로 번역 출판된 책은 모두 배제키로 했다”며 “한국 명저 100권을 뽑기보다는 한국을 대표하는 좋은 책의 번역서 총량을 100권 더 늘리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번역사업을 입안하고 주도한 문화관광부는 지난 2월 11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문학 작품은 ‘한국 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시인이나 작가의 대표작’으로 하며 대상도서에는 외국어로 이미 번역되어 있는 것도 포함된다”고 분명히 밝혔다. 도서 선정 기준이 갈팡질팡하고 있거나 문화부와 조직위 사이에 의견충돌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여기서 제기된다.
대표성 못지 않게 장르별 통일된 선정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선정위는 선정 기준으로 “외국인의 가독성을 염두에 두었다”고 밝히면서도 ‘대승기신론 소·별기’ 등 한국인에게조차 지극히 전문적인 분야의 학술서를 포함하는 등 일관성을 지키지 못했다. 역사 분야는 특정한 시각을 대표하는 연구서 일변도로 돼 있어 편향적이란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는 이미 지난달 선정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예기된 것이기도 하다. 사업 선정부터 진행에 이르기까지 시일이 너무 촉박한 가운데 급조된 인상까지 있는 데다, 예산에 맞춰 작업 내용을 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100권 선정 작업에 관여한 한 인사는 “29억9000만원으로 책정된 번역 예산을 쓰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표 아닌가하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왕이면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을 이 기회에 번역해보자는 취지로 변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선정위원회는 문학의 경우 이미 번역된 책은 ‘대한민국 대표 작가관’이란 명칭으로 따로 전시하겠으며, 번역 대상으로 선정된 책 22권 모두를 외국의 현지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도서전이 19개월밖에 남지 않은 현재, 구체적인 세부 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인의 불가사의한 순발력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황지우)이라고 실토하는 현실이다. 프랑크푸르트는 아직 너무 멀리 있다.
▲ '한국의 책 100권' 선정위원 (24명)
위원장: 황지우(미학)
위원: 권용우(인문지리), 권택영(영문학), 김광규(독문학), 김종엽(사회학), 김진석(철학), 송상용(과학), 송영만(출판), 안병욱(한국사), 안삼환(독문학), 이남호(국문학), 이종철(전통문화), 이주영(아동문학), 임영숙(언론), 정재서(중문학), 정진홍(종교), 조우석(언론), 진형준(불문학), 최윤정(아동문학), 최준식(한국학) 최태경(출판), 표정훈(출판), 한형조(한국사상), 홍지웅(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