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5일 중부 내륙지방에 내린 폭설의 피해액이 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100년 전 기상관측 시작 이래 최대의 폭설이니, 도로가 두절되거나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 등의 피해는 막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일부 고속도로 구간에서 1만여대의 자동차와 수만명의 시민들이 오도가도 못한 채 십수시간에서 길게는 하루가 넘도록 갇혀있어야 했다는 사실이다.
추위와 배고픔과 두려움 속에서 낙담하고 분노하던 그들에게, 정부 당국은 더 이상 신뢰하고 의지할 대상이 아니었다. 옥산휴게소 부근 고속도로에서 거의 하루 동안 묶여있었다는 한 시민은 “이거야말로 정부도 아니고, 나라 경영도 아니란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다. 이건 나라가 아니다.
중부지방 폭설은 4일 오후부터 시작됐지만, 최악의 고속도로 정체는 심야 돌발상황이 아니라 5일 오전 7시쯤 남이분기점 부근에서 비롯됐다. 고속도로 정체는 그날 낮을 다 보내고 밤을 새운 뒤에도 풀리지 못하다가 6일 오후에야 해소됐다. 총리 주재 대책회의가 열린 것은 6일 오전 10시였다. 현장 보고가 늦어서가 아니다. 그동안 도로에서 발이 묶인 시민들은 저마다 휴대폰으로 도로공사와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심지어 청와대로까지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며 대책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는 4일 밤부터 중앙재해대책본부를 몇 차례 방문하는 등 상황을 챙겼지만, 결과를 볼 때 일선의 손발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예견되는 재해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미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조차, 정부 대응은 이렇게 늑장이었고 무능했다. 나라의 기간 동맥이 막히고 수만 명의 국민이 고통을 당하던 그날 밤에도, 장관들은 발 뻗고 편한 잠을 잤다는 이야기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나라’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는 아예 인용하는 것조차 사치스럽다. 시스템 이전에 공직사회 전체가 나사가 풀려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