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 논설위원 <a href=http://db.chosun.com/man/><font color=#000000>[조선일보 인물 DB]</font><

한탄강에 속이 텅 빈 댐이 생길 전망이다. 홍수 때 보름 정도만 물을 가둬놓고 나머지 기간엔 비워둔다는 것이다. 한탄강은 임진강의 지류다. 그 임진강 중·하류의 연천 문산 동두천 등에서 1996, 98, 99년 세 해에 큰 물 난리가 났다. 230명이 죽었고 1조6000억원의 피해를 봤다. 그 후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는 한탄강에 3억t의 물을 담을 수 있는 높이 85m 폭 705m의 중급 규모 댐을 짓기로 했다. 공사비는 대략 1조원. 문제는 환경영향평가였다.

환경부에서는 천연기념물 259호인 어름치와 보호야생동식물로 지정된 묵납자루 등을 포함해 14종에 달하는 한반도 고유 물고기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했다. 어름치와 묵납자루는 임진강과 한강 등의 물 흐름이 빠르고 얕은 여울에 사는 물고기다. 계류(溪流)를 막아 댐을 세우면 생태계는 변할 수밖에 없다. 계류성 어류는 밀려나고 누치 붕어 잉어 끄리 등 정수성(靜水性) 어종이 등장한다.

상·하류를 옮겨 다니는 습성이 있는 물고기에겐 특히 댐이 치명적이다. 수자원공사는 댐을 세우면 계류성 어종들이 상류의 지천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그런 곳에 대체 서식지를 인공적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댐에 어도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댐에 물이 차면 상류 지천도 물 흐름이 느려지는데 그곳이 계류성 물고기의 피난처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수자원공사는 몇 차례 환경부의 퇴짜를 받은 후 결국 ‘개방형 댐’이라는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댐체 아랫부분에 퇴적모래를 흘려보내는 배사구(排砂口·폭과 높이 각 6.6m)를 만들어 여름철 다섯 달 동안은 열어두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 그 기간 중엔 본래의 하천 모습을 유지하게 된다.

다만 11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는 갈수기이자 농번기이므로 물을 가둬두었다가 필요한 만큼 흘려 보낸다는 계획이었다. 배사구 건설 자체가 국내 첫 시도다. 그래도 환경부를 설득시키기 어렵자 나중에는 배사구를 4개로 늘리겠다고 했다. 300억원이 더 드는 작업이다. 2곳의 배사구만으로는 물 흐름이 너무 빨라 물고기들이 이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배사구의 개방기간을 연간 350일로 늘리라고 주문했고, 작년 7월 결국 그 조건을 달아 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켰다.

여름 홍수철의 보름 정도만 배사구를 막으라는 것이었다. 갈수기에 대비한 저장 기능은 포기하는 셈이다. 현재는 이것이 한탄강댐 건설과 운영의 지침이 되고 있다. 의문인 것은 홍수철에 일시적으로라도 물을 가두어 둘 경우 계류성 어종들이 그 호수 속에서 과연 견뎌낼 수 있는 것인지 하는 점이다. 홍수가 길어지기라도 하면 어쩔 것인가. 봄철 갈수기에 속 타는 농민들이 ‘어름치 살리려고 사람 잡냐’고 항의할 때 건교부가 이를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농업용수 공급 기능을 맡는 저수지를 별도로 짓는다면 2000억~3000억원을 또 들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홍수로 수백명이 죽는 것을 보았으면서도 댐 짓는 것을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댐을 건설하더라도 가능하면 계류성 하천의 생태를 보전하는 방법이 없겠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그런 사정이라고 해도 댐을 지어놓고 그냥 비워두자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환경단체가 그런 주장을 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환경부가 그런 요구를 내세웠다는 것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