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아들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 파장을 불러왔던 장본인인 김대업씨가 대법원에서 징역 1년 10월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지난해 1월말 구속돼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1년 넘게 수감돼 왔다.
대법원은 27일 “기록에 의하면 김씨의 범죄사실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며 김씨가 제기한 상고심을 기각, 김씨에 대한 형을 확정했다.
대선을 앞둔 2002년 5월 쯤 일부 인터넷 매체는 김씨의 주장을 검증절차 없이 그대로 전달했고, 이로인해 이회창씨 자녀들의 군 복무 면제 의혹인 소위 ‘병풍’사건은 결국 5년만에 재점화됐다. 이후 대선 과정에서 병풍 사건은 반년 가까이 정치권을 시끄럽게 했으나, 검찰 수사 결과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바침하기 위해 거짓말과 주장을 일삼았고, “정의를 위해 싸운다”고 주장했으나 구치소에 수감되는 신세가 됐다. 검찰이 기소한 김씨의 범죄혐의는 ‘공무원 자격 사칭’,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무고’ 등 크게 세가지였다.
김씨의 첫번째 범죄사실은 수감자 신분인 상태에서 검찰 병역비리 수사에 참여해 피의자를 신문하고 진술서를 받아내는 등 수사 공무원 행세를 한 혐의다. 군 복무 시절 의무 부사관을 지냈던 김씨는 병역비리 수사에 일가견이 있었고 검찰은 김씨가 비록 수감자 신분이긴했지만 김씨의 능력을 활용, 수사에 활용했던 것.
이에대해 법원은 ‘공무원 자격을 사칭’한다는 것은 공무원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 마치 자격이 있는 것처럼 상대방을 오인하게 하는 일체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굳이 경제적 이익을 취할 목적이 있어야하는 것도 아니고 이로 인해 상대방에 현실적 피해가 발생할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검찰청에 긴급체포돼 검사실로 구인됐던 진 모씨 등 병무비리 혐의자들에게 자신이 검찰청 수사공무원인 양 행동하면서 자백할 것을 회유하면서 이들을 신문하고 진술서 작성을 요구한 것은 공무원 자격을 사칭한 것에 해당된다며 법원은 유죄를 인정했다.
검찰이 기소한 김씨의 두번째 혐의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 정연씨의 병풍사건과 직접 관련된 부분이다. 김씨는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의무사령관 전태준이 인사처장 김모 대령을 통해 예하부대인 국군춘천병원의 담당자에게 정연씨에 대한 신검부표를 파기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함으로써 언론 보도를 통해 마치 전씨가 정연씨 병역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만들어 전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대해 김씨는 2000년 가을 쯤 박모 장교로부터 들었고, 또 같은해 12월 국군춘천병원 출장길에 이 병원의 한 군무원으로부터 들어 알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김씨가 주장하는 ‘박모’ 장교는 가공의 인물이며, 춘천병원에서 만났다는 군무원 역시 김씨가 주장하는 취지의 이야기를 말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며 “따라서 김씨가 주장한 내용이 사실임을 입증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이러한 내용을 알게 된 경로조차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법원은 “정연씨 신검부표는 전씨의 지시가 아니라 춘천병원 이전 과정에서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한 행정목적 차원에서 임의 소각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김씨는 허위사실로 전씨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김씨가 월간중앙 인터뷰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출신들의 모임인 ‘국가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약칭 국사모)’이 정연씨 병역비리 면제 알선자로 지목된 변모씨를 배후조정해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함으로써 국사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사실 역시 명예훼손죄에 해당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병풍 의혹이 한창이던 2002년 여름 김씨가 검찰 수사검사실 컴퓨터를 이용해 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 게시판에 병풍과 관련된 글을 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대해 김씨는 ‘게시물을 열람한 적은 있지만 글을 올린 적은 없는데도 허위의혹을 제기했다”며 오히려 이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주장은 사실로 드러났고 김씨는 이 의원을 무고한 혐의가 추가됐다.
김씨는 이전에도 변호사법 위반죄 등으로 벌금 전과 이외에도 1986년 3월 군법회의에서 공문서 위조 및 행사죄로 징역 1년, 97년 협박죄로 징역 1년, 2001년 사기죄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 항소심 법원은 김씨가 당시 출감 후에 근신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범행을 저지르고 특히 국회의원, 기자, 장성 등 개인적 명예와 사회적 평판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명예를 훼손하고도 전혀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1심 형량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으며 대법원에 의해 최종 확정됐다.
이와 별개로 김씨는 병풍과 관련된 각종 손해배상 소송에도 휘말려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할 처지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