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6자회담 사흘째인 27일 참가국들은 공동발표문이라도 내기 위해 절충을 계속했으나 미국과 북한 간 북핵 폐기의 ‘범위’를 놓고 팽팽히 맞서 회담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
◆파국만은 피하자
미·북 간 핵심 쟁점은 북한 핵을 어느 범위까지 폐기할 것이냐이다. 미국은 고농축 우라늄(HEU) 핵계획을 포함 ‘완전한’(complete) 핵폐기’를 공동발표문에 명시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럴 경우 평화적 핵 활동도 제약을 받는다며 버티면서 “폐기할 대상은 평화적 핵시설이 아니라 군사용 핵무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모든 핵 폐기’를 약속할 경우, 농업·의약·발전 등 평화적 핵활동도 불가능해지며, HEU 개발도 쉽지 않다는 점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측은 공동발표문에 “군사용 핵무기는 폐기하지만, 평화적 핵활동을 국제기구의 사찰을 받도록 한다”는 표현을 담자고 하지만, 이 역시 미국측의 ‘모든 핵 폐기’ 공세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회담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북한은 26일 공동발표문 문안 협상을 위한 차석대표 회의에도 일방적으로 불참하는 대신, 회담 교착의 책임을 미국측에 돌리는 회견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북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27일 회담장 주변에선 회담이 깨지는 것이 아니냐는 어두운 전망이 나돌기 시작했다. 전날까지 일부 난항을 거치더라도 북한이 핵폐기 의사를 밝히고 미국이 안전보장 의사를 표명하는 수준의 합의문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상이 급속히 어두운 분위기로 반전된 것이다.
우리 측 이수혁 수석대표도 “공동발표문이 나오면 좋지만 현재로선 예측 불허”라며 전날과는 달리 어두운 분위기를 전했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공동 발표문에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실패라고 볼 수는 없다”며 빈손으로 헤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회담 첫날과 둘째날 브리핑에서 나온 ‘건설적인 의견들’, ‘진지한 분위기’ 등 밝은 표현들은 이날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은 물론 참가국 모두 ‘빈손’으로 회담장을 떠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1차 회담 때와 달리 공동발표문을 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회담 관계자는 “28일 오전에 막판 협상 기회가 있는 만큼 성급한 비관은 금물”이라며 “참가국 모두가 회담 실패에 따른 부담을 아는 만큼 막판 반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북 간 커다란 상황 인식차
미국과 북한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은 현 상황을 보는 관점이 180도 다르기 때문. 미국 LA 타임스는 25일 중국의 북한 전문가를 인용, “북한이 미국의 정권교체를 기다리고 있으며, 11월 미국 대선까지 6자회담을 교착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미국 대선의 움직임을 보면서, 가장 유리한 순간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반면, 부시행정부는 이라크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북한과 같이 불량국가에 속했던 리비아가 자진 항복한 상황에서 굳이 양보를 해 가면서 북핵문제를 풀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공동발표문이 채택되고, 실무그룹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북핵 문제를 단순히 미봉하는 수준이며, 근원적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회담장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베이징=여시동 특파원 sdye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