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6자회담 사흘째인 27일 미국과 북한간 북핵 폐기의 ‘범위’에 있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은 일단 파국을 막아 보자는 공감대 속에서 회담이 하루 더 연기됐다.
◆파국만은 피하자
미국과 북한이 부딪히고 있는 핵심 쟁점은 북한 핵을 어느 범위까지 폐기할 것이냐이다. 미국은 고농축 우라늄(HEU) 핵계획을 포함해 ‘모든, 완전한’(complete) 핵폐기를 공동발표문에 명시하는 입장이나, 북한은 이는 주권 침해며 평화적 핵활동도 제약을 받는다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한국이 양자 사이를 오가며, ‘포괄적’ 등의 용어로 중재하고 있으나, 타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회담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회담장에서 그 태도가 눈에 띄게 유연해졌으나, 그 내용면에서는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작년 8월 1차 회담처럼 ‘핵보유’ 공갈은 없었으나, 여전히 ‘모든 핵포기’에는 동의할 수 없으며, ‘핵동결에 보상하라’는 입장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입장이 완강하자, 공동발표문 문안을 협상하는 차석급 회의에도 일방적으로 불참하는 대신, 외신들을 불러모아 회담 교착의 책임을 미국측에 돌리는 회견을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도 “우린 계속 노력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 회견은 거꾸로 미국 대표단에게 불쾌감을 안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미·북 양국 모두 빈 손으로 회담장을 떠날 수 없다는 데엔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핵심 쟁점 사항은 피해가고, 구체적인 핵폐기와 동결 등은 모두 실무그룹으로 넘기는 수준의 공동발표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북간 커다란 상황 인식 차
1차 회담에 이어 2차회담에서도 문제 해결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 상황을 보는 관점이 180도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LA 타임스는 25일 중국의 북한 전문가를 인용, “북한이 미국의 정권교체를 기다리고 있으며, 11월 미국 대선까지 6자회담을 교착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미국 대선의 움직임을 보면서, 가장 유리한 순간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반면, 부시행정부는 이라크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북한과 같이 불량국가에 속했던 리비아가 자진항복한 상황에서 굳이 양보를 해 가면서 북핵문제를 풀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공동발표문이 채택되고, 실무그룹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북핵 문제를 단순히 미봉하는 수준이며, 근원적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회담장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