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 중재가 실패로 돌아간 후 반군은 25일 수도 진격을 예고 했고, 외국인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졌다. 주민들이 약탈과 참화를 피해 ‘보트 피플’이 되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망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엔은 26일 오후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했다.

25일 반군의 수도 진격이 임박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약탈이 난무하는 가운데 경찰이 강도 용의자들을 붙잡아 길바닥에 엎드리게 한 후 조사하고 있다.

수도 혼란과 외국인 탈출=25일 수도인 포르토프랭스는 반군들의 입성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무법 도시로 변했다. 약탈이 횡행하고 외국인들은 출국을 위해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미국·영국·스페인·캐나다 등 각국 정부는 자국민 탈출을 돕기 위해 대피소를 마련하는가 하면 항공편과 지원병력을 급파했다. 유엔 직원들도 필수요원만 남기고 소개령이 내려졌다.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어린 두 딸도 미국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 지도자인 기 필리페 전 경찰청장은 현지 언론과의 회견에서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대통령궁으로 진격할 것”이라며 “곧 상황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친정부 무장세력들도 불붙인 타이어와 차량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응전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보트 피플' 속출=미국 해안경비대는 25일 마이애미 해안에서 아이티인 140여명이 탄 배 두 척을 나포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마이애미 인근 플로리다 해변에서 16㎞쯤 떨어진 곳에 있는 파나마 선적 화물선을 붙잡아 조사한 결과, 아이티 국적인 17명과 4명의 합법적인 탑승객, 선원 7명이 타고 있었다는 것. 또 미 국방부는 비슷한 시각 아이티 해안을 떠난 배에서 약 125명의 아이티인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250명 이상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배 몇 척들이 감시받고 있는 중이라고 CNN은 전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아이티인들에게 망명 자제를 호소하고, 난민은 돌려보내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국제 개입' 촉구=프랑스의 도미니크 드빌팽 외무장관은 이날 "현 상황의 책임은 상당 부분 아리스티드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난하는 한편 국제 평화군의 즉각 개입을 촉구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국제적 개입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평화 협상이 타결된 이후라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 관리들은 유엔에서 국제경찰력을 파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앞서 미국·캐나다·유럽연합(EU) 등은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임기 보장과 야권의 정부 참여를 맞바꾸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야권은 '즉각 하야'를 요구하며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