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 중재가 실패로 돌아간 후 반군은 25일 수도 진격을 예고 했고, 외국인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졌다. 주민들이 약탈과 참화를 피해 ‘보트 피플’이 되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망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엔은 26일 오후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했다.
◆수도 혼란과 외국인 탈출=25일 수도인 포르토프랭스는 반군들의 입성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무법 도시로 변했다. 약탈이 횡행하고 외국인들은 출국을 위해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미국·영국·스페인·캐나다 등 각국 정부는 자국민 탈출을 돕기 위해 대피소를 마련하는가 하면 항공편과 지원병력을 급파했다. 유엔 직원들도 필수요원만 남기고 소개령이 내려졌다.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어린 두 딸도 미국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 지도자인 기 필리페 전 경찰청장은 현지 언론과의 회견에서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대통령궁으로 진격할 것”이라며 “곧 상황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친정부 무장세력들도 불붙인 타이어와 차량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응전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보트 피플' 속출=미국 해안경비대는 25일 마이애미 해안에서 아이티인 140여명이 탄 배 두 척을 나포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마이애미 인근 플로리다 해변에서 16㎞쯤 떨어진 곳에 있는 파나마 선적 화물선을 붙잡아 조사한 결과, 아이티 국적인 17명과 4명의 합법적인 탑승객, 선원 7명이 타고 있었다는 것. 또 미 국방부는 비슷한 시각 아이티 해안을 떠난 배에서 약 125명의 아이티인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250명 이상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배 몇 척들이 감시받고 있는 중이라고 CNN은 전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아이티인들에게 망명 자제를 호소하고, 난민은 돌려보내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국제 개입' 촉구=프랑스의 도미니크 드빌팽 외무장관은 이날 "현 상황의 책임은 상당 부분 아리스티드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난하는 한편 국제 평화군의 즉각 개입을 촉구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국제적 개입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평화 협상이 타결된 이후라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 관리들은 유엔에서 국제경찰력을 파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앞서 미국·캐나다·유럽연합(EU) 등은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임기 보장과 야권의 정부 참여를 맞바꾸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야권은 '즉각 하야'를 요구하며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