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인 김종구(40)씨는 1년에 한 번씩 ‘선수’가 된다.

종목은 쇼트트랙 스케이팅. 2001년부터 전라북도 대표로 동계전국체전에 출전했다. 지난주 전주에서 열린 제85회 대회에서 그는 단연 ‘화제의 메달리스트’였다. 1998나가노올림픽 스타 김동성과 레이스를 펼치며 남자 일반부 500m에서 동메달,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것이다. “작년과 올해 김동성 선수와 같이 대결해서 영광이었죠. 초등학교 4학년인 막내아들이 제 경기를 비디오로 찍었는데, 아빠 경기가 그렇게 재미있었다고 해요. 인기는 김동성보다 더 좋았다니까요.”

김씨가 스케이트를 신은 것은 1997년 말. 오래 앉아 환자를 보는 직업이라 하체가 약해진 데다 체중까지 80㎏ 넘게 불어 고민하다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2남1녀)과 함께 시작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조언을 하려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면서 “술을 좋아해 저녁 술자리가 많았는데,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유익하게 쓸 수 있어 아내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먼저 쇼트트랙을 시작한 전북대 의대 5년 선배인 최화영 교수의 멋진 모습에 매력을 느껴 본격적으로 운동에 뛰어들었다. 전라북도 대표팀 최종환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대학 시절 배구부와 그룹사운드 ‘엘도라도’의 기타 겸 보컬로 활동할 정도로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쇼트트랙은 쉽지 않았다. “첫 3개월은 걸음마였고, 6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조심조심 코너를 돌 정도였어요. 1년이 지나도 넘어질까 봐 불안했어요.”

그는 “하루 한두 시간씩 스케이트를 타며 훈련을 거듭하자 몸무게가 10㎏ 이상 빠졌고, 몸에 딱 달라붙어 뱃살 윤곽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던 유니폼도 근사하게 어울리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내친김에 2001동계체전에 도전했다. 결과는 하위권이었으나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시간을 쪼개 빙판을 더 달렸다. 전북빙상연맹 의무이사까지 맡으며 열의를 불태웠다. 첫 메달의 기쁨은 지난 19일 열린 500m 결선서 맛봤다. 출발 후 첫 바퀴를 돌면서 다른 선수의 팔에 밀려 넘어지며 앞쪽 펜스까지 밀려갔다. 내심 메달을 기대했던 터라 “운이 안 따르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4위로 완주했는데, 앞서 들어온 선수가 실격 처리되면서 3위로 입상하는 행운을 잡았다. 1000m선 더욱 자신감을 발휘해 김동성에 이어 2위로 골인, ‘불혹 찬가’를 불렀다.

김씨는 “대회가 끝나고 환자들이 전화도 많이 해주고, 일부러 병원을 찾아와 ‘놀랐다’고 격려와 칭찬을 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도 대표선발전을 통과하는 한 계속 전국체전에 나갈 생각이다. “쇼트트랙은 박진감 넘치고, 하체 근력과 복부 근육을 키워주며 요통까지 없애줍니다.” 의사다운 ‘쇼트트랙 예찬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