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주요직 인사에서 대통령과 지연·학연이 있는 사람들이 잇따라 발탁되고 있다. 전직 민정수석과 신임 민정수석이 모두 대통령과 같은 고향에다 평소 잘 아는 사이다. 총무비서관도 대통령 고교 후배인 전직이 수뢰사건으로 그만두자 고향 후배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신임 국방보좌관은 대통령 고교 선배가 뽑혔고, 엊그제는 대통령 고교 1년 후배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청와대에선 “자격 있는 사람들”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대통령 주변의 인사엔 자격이 전부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우리나라 주요 공직자의 인사를 검증하는 자리다. 거기서 안 된다고 하면 안 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역대 정권의 실력자들마다 거기에 꼭 제 사람을 심으려 했다. 그런 자리에 대통령 고교 후배를 임명하면 공무원들이 ‘공직 기강’이란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민정비서관도 대통령과 같은 고향이니 가장 힘이 있다는 민정수석실은 수석부터 주요 구성원 모두가 대통령과 지연·학연으로 얽히게 됐다. 이래야 대통령 주변 비리를 막는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됐다.

국민들은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의 지연·학연·혈연이 일으킨 말썽과 부작용을 신물나게 봐왔다. 그에 대한 국민의 반감도 30년 전에 비해 몇 배, 몇십 배로 커졌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두 대통령의 지연·학연이 대통령과 국민의 사이를 얼마나 벌려놓았고, 그것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얼마나 큰 독(毒)이 됐는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미 시중에선 대통령의 학연이 화제가 된 지 오래다. 측근 비리 사건 때마다 거의 예외없이 여기저기서 학연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이 상태로 계속 가면 대통령의 지연·학연이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